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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카, 트럼프 헤어스타일 조롱 … 첫 여성 대통령 꿈 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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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배넌. [로이터=연합뉴스]

배넌.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주니어가 미국 대선 전에 러시아 정보원들을 만난 건 반역적인 행위다.” “이방카는 사석에서 ‘아빠(도널드 트럼프)가 정수리에 머리카락이 없다’고 흉봤다.”

쫓겨난 트럼프 측근 배넌의 폭로 #『화염과 분노』 미국 전역서 발간 #"대선 전 러 정보원과 회동은 반역" #배넌 주장에 트럼프 "정신줄 놨나" #트럼프 측, 출판 금지 소송 준비 #"미 대선 러 개입 수사" 영향 줄 수도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비화(祕話)가 담긴 『화염과 분노:트럼프 백악관의 내부(Fire and fury·이하 화염과 분노)』의 내용 중 일부다. 저자는 미 칼럼니스트인 마이클 울프. 5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발간되는 이 책에는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를 창안하고 그의 대선 캠프 때부터 집권까지 ‘설계사’ 역할을 맡았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등의 폭로성 인터뷰 200건이 담겨 있다.

지난 3일 영국 가디언 등이 이 책의 일부 발췌본을 공개한 뒤로 ‘동지’였던 배넌과 트럼프의 관계는 ‘적’으로 바뀌었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스티브 배넌의 폭로가 담겨 논란을 일으킨 『화염과 분노』의 표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스티브 배넌의 폭로가 담겨 논란을 일으킨 『화염과 분노』의 표지.

『화염과 분노』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건 미 대선이 열리기 전인 지난해 6월 트럼프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 등 대선 캠프 관계자들이 러시아 정보원들과 회동한 것을 두고 배넌이 “반역적이며, 나중에라도 연방수사국(FBI)에 보고해야 했다”며 비난한 내용이다.

당시 트럼프 주니어 등은 “힐러리 클린턴을 흠집 낼 정보가 있다”며 만남을 제안한 이 정보원들과 트럼프타워 25층 회의실에서 만났다. 이 만남은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현재 수사 중인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의 핵심이다.

배넌은 “트럼프 주니어 등은 변호사를 끼지 않은 채로 외국 정부 인사를 만난 게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며 “이들은 이것이 반역적인 행위가 아니라고 하겠지만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가 당시 회동을 몰랐을 리 없다”고 덧붙였다.

배넌에 따르면 이방카는 ‘첫 여성 미국 대통령’을 꿈꾸고 있다. 이방카는 “추후 미 대선에 도전해 힐러리 클린턴 대신 내가 첫 여성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다고 한다.

이방카는 사석에서 트럼프의 머리 모양을 흉보기도 했다. 배넌은 "이방카가 다른 사람 앞에서 공공연하게 아버지의 헤어스타일을 비웃었다”며 특히 "트럼프가 머리 옆의 머리카락을 (빗으로) 쓸어 올려 숱이 없는 정수리 부분을 덮은 뒤 여기에 스프레이를 뿌리는 습관을 밝혔다”고 했다.

대선 당일의 괴이한 장면도 이 책에 담겼다. 오후 8시쯤 선거가 트럼프의 승리로 기울자 트럼프 주니어는 자신의 아버지가 ‘마치 유령이라도 본’ 모습이었다고 친구들에게 말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대선 승리에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적나라한 폭로에 트럼프 측은 발끈했다. 트럼프는 성명을 통해 "배넌은 나와 내 직무에 관계가 없던 인물”이라며 선을 그은 뒤 "(지난해 8월) 그가 (백악관을) 나오면서 정신줄을 놓은 것 같다”고 비난했다. 또 트럼프 측 변호사들은 "트럼프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화염과 분노』에 대한 출판 금지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들은 배넌과 출판사 등에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이 책이 올 11월 열리는 미 중간선거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줄리언 젤라이저 프린스턴대 교수는 "(트럼프의) 공화당은 확실히 큰 상처를 입었다”며 "대중은 최근 트럼프가 주력해 의회를 통과한 세제 개편안보다도 이 책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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