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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타이어서 기름 뽑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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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승용차 폐타이어는 천연고무 22%, 합성고무 25%, 철 15%, 검댕 24%, 기타 14%를 섞어 만든다. 이 중 주로 기름이 나오는 성분은 천연고무와 합성고무다. 천연고무는 고무나무에서 채취한 것으로 마치 콩이나 나무에서 기름이 나오듯 바이오오일이 나온다. 합성고무는 그 원료가 석유에서 뽑은 것이기 때문에 다시 기름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합성고무는 신발 밑창으로도 쓰인다.

한국에너지연구소 정수현 박사는 "폐타이어를 잘게 잘라 통에 넣은 뒤 섭씨 450도 정도로 가열하면 폐타이어가 분해돼 가스 형태의 기름이 된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폐타이어에서 기름을 뽑아내는 기술을 개발해 민간기업에 이전했으며, 최근 말레이시아에 수출까지 했다.

폐타이어가 분해돼 가스가 된 기름 성분을 차가운 관을 지나가게 하면 액체 기름이 된다. 마치 아침에 이슬이 맺히는 것과 비슷한 원리를 이용한다. 무조건 타이어 조각을 통에 넣고 가열한다고 기름이 나오지 않는다. 정 박사는 "통 속에 공기가 들어가게 되면 불이 붙어 터지는 사고가 발생하며, 녹은 타이어가 누룽지처럼 통 밑바닥에 눌어붙으면 기름을 뽑아내기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폐타이어에서 뽑아낸 기름은 난방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경유 정도의 질이라는 게 정 박사의 설명이다. 자동차 연료로는 연소 기준 등이 맞지 않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폐타이어의 재활용 측면에서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1㎏의 폐타이어를 처리했을 경우 450g의 경유와 검댕 300g, 철 100g, 가스 150g이 나온다. 검댕은 다시 타이어 제조에, 철은 고철로, 가스는 폐타이어 가열용 연료로 쓸 수 있다. 2차 폐기물이 거의 없어 버릴 게 없는 것이다. 정 박사는 "국내에서 나오는 폐타이어와 폐고무류를 전량 재처리하게 되면 연간 약 1400억원어치의 기름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현재 국내에서 나오는 폐타이어의 65%는 시멘트 고로용 가열 연료로, 9.3%는 고무칩 등 재가공용으로, 22%는 재생타이어 등에 사용된다. 시멘트 고로용 연료로는 없어서 못 땔 정도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고급 재활용 자원을 시멘트 고로용 연료를 쓰는 것은 낭비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폐타이어 기름의 열량은 ㎏당 8000㎉로 일반 경유의 1만㎉에 거의 육박할 정도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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