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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바람에 군도 ‘변신’꾀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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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군에 소리없는 변화가 일고 있다.
6공화국 출범과 함께 민주화·자율화의 새바람이 군내부에까지 「자의반 타의반」으로 갈수록 깊숙이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경직된 권위주의사고와 체질로 「좋았던」과거에 미련을 갖는 세력이 완강히 버티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결코 작다고만은 할수없는 내부의 개혁요구와 시대흐름은 군에도 어쩔수없는 자기개혁을 강요하는 상황이다.
아직까지 가시적인 어떤결과가 나온것은 아니다. 그러나 군의 과거와 현재에 문제가 있음을 대외적으로 인정하고 이를 개선해보려는 개안 그 자체만으로도 과거 군의 모습과 견주어 볼때 큰 진전이랄수 있다.
그동안 군은 국가예산의 3분의1 (32.8%, 5조7천3백여억원)을 쓰면서도 그 내용과 지출주체들의 행태가 제대로 밝혀진바 없다.
정부요직을 포함, 국영기업등 각계에 대거 진출해 군은 「성역」,군부엘리트는「특혜독점집단」이라는 지적과 반발도 있었다. 군의 변신은 바로 이같이 커가는 국민의 불신으로부터 신뢰를 되찾고 스스로의 설자리를 되찾기 위한 모색이기도 하다.
군은 최근 이와 관련해▲국민의 「알 권리」와 상관된 군기법·예산회계에 관한 특례법·보안업무규정·국방보도규정등의 개정 또는 폐지▲국민의 재산상이익 침해시비가 있는 군사시설보호법·징발법등의 개정·보완▲군외부 직위에의 과다한 진출억제를 위한 군인사법개정등 인력수급 합리화방안 마련등 크게 세갈래로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변화움직임=군의 변화가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전례없이 확고하게 군에 대한 지휘권을 행사했던 정호용전임국방장관이 퇴임전『이제는 군기법등을 재검토해야 할때』라며 『노태우(차기) 대통령도 군의 공개방안을 강구해보라는 지시를 한 바 있다』고 밝히면서부터다.
◇군의 공개=군사기밀의범위·보호·탐지·누설등을 규정한 전문19조의 「군사기밀보호법」은 유신직후 제정된 편의주의적·일방적「악법」으로 지적돼 왔다. 재야법조계등에선 여타 법률로도 국가안보상 필요한 규제가 가능하므로 이 법은 아예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내외여건상 법의 폐지가능성은 거의 없다.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임의적 해석이 가능한 법과그 시행령규정을 개정 보완한다는 논의다. 그러나 어차피 법의 존속을 전제한 손질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아무리 규정을 세분화한다손치더라도 구체적 문제가 발생할때 자의적 해석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통령령으로 공포된 보안업무규정은 「비밀은 적절히 보호될 수 있는 최저등급으로 분류하되 과도 또는 과소하게 분류해서는 안된다」(10조1항)고 명시하고 보안업무규정시행규칙도 「행정상의 과오나 업무상 과실을 은닉할 목적으로 비밀이 아닌 사항을 비밀로 분류할수 없다」(7조1항)고 못박고 있지만 실제론 『한등급 올려 분류하는게 뒤탈이 없다』는 것이 몇몇 관계자들의 솔직한 토로다.
국방보도규정(국방부훈령328호·84년)은 군이 그 동안 군내부를 감추고 쉬쉬하는데 얼마나 주력했는가를 한눈에 보여준다.
국방부출입기자들의 취재활동을 사실상 원천봉쇄하고 있는 이 규정은▲공보관승인없이 국방부청사의 출입·취재를 금지하고▲아무런 전제없이 「군내부의 사고」는 보도할수 없다고 규정하는가 하면 보도금지사항으로▲국민의 대거신뢰및군의 사기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치는것▲상부방침 위배사항▲기타 장관이 지정하는 사항등을 예시, 자의적 해석에 따라 보도를 막고 출임자격을 박탈토록 되어있다. 이에따라 군내의 총기사고보도를 놓고도 「대군신뢰를 저해하고 결과적으로 적을 이롭게 했다」는 발상이 평상화됐던게 지금까지의 현실이었다.
한마디로 국민의 「알 권리」침해를 넘어 국민의 존재를 무시하듯한 오만·방자한 사고방식을 엿보게하는 이같은 법규를 군은 모두 고친다는 방침이나 과연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아직은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다.
◇국민 재산권보호=유신직후 군기법과 함께 제정·공포된 것이 군사시설보호법이다. 「중요한 군사시설을 보호하고 군작전의 원활한 수행」을 목적으로 한다는 이 법은 「국방장관이 필요한 때에 보호구역을 설정」할수 있게하고 이 구역내에서는 건축·토지개간·조림·광물채취등을 일체규제함은 물론 출입등을 제한할수 있게 했다.
제5공화국시정 민한당소속 유인범의원은 『군사시설보호구역이었던 서울근교 모처의 토지 수만평이 내노라하는 모모인사들에게 넘어간뒤 보호구역에서 해제돼 평당 수만원의 땅이 수백만원으로 둔감했다』고 폭로했다. 민간의 재산권침해와는 또다른 이 법의 다른 일면을 보여주는것이다. 군은 이 법을 고쳐 대상지역을 대폭 줄이고 재산권행사 제한도 가능한한 축소한다는 방침이나 현재전국적인 실태파악 단계.
◇군민간진출억제=오자복국방장관은 취임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한창 일할 나이에 옷 (군복)을 벗고 나가게되니 자리를 달라는 요구가 있게 되고, 농·수협 임원자리까지 차지한다는 국민의 불만이 있게된다』며 군인사제도개선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현재 군인사법은 장군의경우 연령정년 (대장 60, 중장 60, 소장 56, 준장 54세) 근속정년 (소장33, 준장31년) 계급정년 (중장4, 소장5, 준장 5년)등 세가지중 어느 한 조항에라도 저촉되면 예편하게 돼있어 상당수가 50세 전후에 군복을 벗고 있고, 이에 따라 이들에 대한 퇴직후 배려를 하지않을 수 없는 실정.
이와 관련,국방부는 인사압박을 줄이기 위한 정년의연장 방안등을 검토하는 한편 이미 일부승진은 다소 늦춘 것으로 전해지고있다. <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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