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국내최초 무료 「공개강좌」개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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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연세대학교에 국내 최초로 외부재단의 지원을 받아 석학의 자유로운 연구활동을 보장하는 형식으로 운영되는 공개강좌가 개설됐다.
연세대 국학연구원(원장 김석득)은 이번 학기부터 다산기념강좌를 마련, 대학원생과 이에 준하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무료 공개강좌를 실시한다.
이 강좌는 대학에서 운영하지만 정규교육과정의 형식적 제약을 전혀 받지 않고 석학이 자유롭게 연구하는 것을 보장하는 것이 특징.
이를 위해 필요한 재원은 대우재단에서 출연한 기금 2억원의 과실금으로 충당된다.
일종의 「시민강좌」라고 할 수 있는 이같은 강좌는 서양의 유수한 대학교에선 이미 오래 전부터 개설돼 왔다.
영국 에딘버러대의 비포드 강좌(Bifford Lecture), 미국 콜럼비아대의 우드브리지 강좌(Woodbridge Lecture), 예일대의 샤퍼 강좌(Shaffer Lecture), 하버드대의 노턴 강좌(Norton Lecture), 영국의 케임브리지대·옥스퍼드대, 미국의 하버드대·스탬퍼드대·유타대·미시간대 등에 공통으로 설치되어 있는 테너 강좌(Tenner Lecture)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 강좌의 이름은 모두 기금을 기증한 사람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이밖에 프랑스의 프랑스대학(College De France)도 거의 모든 강좌가 다산기념강좌처럼 공개강좌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 강좌는 국내 각 대학에 부설되어 있는 「시민공개강좌」와는 크게 성격이 다르다.
예컨대 프랑스 대학의 강좌는 일반시민을 상대로 한 공개강좌이지만 강의의 수준은 세계 최고수준.
프랑스의 세계적 학자들 중 상당수가 이 강좌를 통해 그들의 학문적 탐구와 심오한 사상을 세상에 알릴 수 있었다.
다산기념강좌도 이런 최고수준의 학문발전을 지원하는데 주목적이 두어지고 있다. 이를 위해 강좌를 맡는 강사는 원로급이면서 현재 활발한 학문활동을 하고 있는 학자로 자격이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
이 강좌를 처음으로 맡는 학자는 민영규 연대명예교수(73·동양사전공).
민교수가 맡는 강의 주제는 「강화학과 그 주변」. 강화학이란 다산이 강률유배시절 자신이 남긴 2백여권의 경학저술에 대해 『나의 저술은 강화학에 비하면 우물안 개구리격』이라고 스스로 평가했던 유학의 한 분야다.
민교수는 『오늘날 거의 명맥이 끊긴 강화학을 죽기 전에 세상에 알리는 것이 이번 강의를 맡게된 이유』라고 밝혔다. <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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