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를 M&A? 우리가 역공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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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은 불가능합니다. 만약 다른 철강사들이 M&A를 시도한다면 거꾸로 그 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역공도 펼 수 있습니다." 포스코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동희(56.사진) 전무는 최근 제기되고 있는 포스코에 대한 M&A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 전무는 그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다. 포스코가 외부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갖고 있고 주주들의 지지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세계 최대 철강회사인 미탈의 부채비율이 160%인 데 비해 포스코는 2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또 "주주는 회사가 자신들의 이익을 충족시키지 못할 때 공격한다"며 "최근 주총에서 회사 측이 제시한 경영전략에 대해 주주의 99.5%가 찬성했다"고 말했다. 높은 생산성과 수익성을 바탕으로 배당을 포함, 연 12%에 이르는 수익률을 주주들에게 안겨주는 등 철저하게 주주 중심 경영을 하고 있어 경영권 위협 세력이 끼어들 틈이 없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전무는 만약 적대적 M&A 시도가 나타날 경우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연기금 등 기존 우호지분을 확충하는 한편 사내에 쌓아둔 유보금으로 상대방의 주식을 사들이는 역공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경영권 위협 세력이 노리는 40억 달러(약 4조원)에 이르는 현금성 자산이 거꾸로 이들을 공격하는 무기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 전무는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세력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세계 철강 업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세계 1위 업체인 미탈스틸은 올 1월 말 주식 공개매수 방식으로 2위인 아르셀로를 인수하겠다고 선언했다. 강력히 반발하던 아르셀로의 기 돌레 회장은 최근 "미탈 측과 만날 용의가 있다"며 태도를 바꿨다. 아르셀로도 1월 캐나다 최대 철강업체인 도파스코를 적대적 M&A로 인수하는 등 몸집을 불리고 있다. 철강 업체들의 이합집산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원료 및 제품 거래처인 철광석 채굴업체, 자동차 업체와의 가격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미탈스틸이 아르셀로를 인수한다면 당장 연간 생산량 1억2000만t의 초대형 철강사가 탄생하고 2, 3위 철강사들은 중소 철강사로 전락하게 된다"며 "업계의 이런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포스코가 어떤 상황에도 대비하기 위해 우호주주 확보에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딱 부러지게 구분할 수 없지만 현재 포스코 우호 지분을 25~30% 수준으로 보고 있다"면서 "연기금 등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포스코에 투자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와 1977년 포철에 입사한 뒤 예산실장과 자금관리실장 등을 거친 재무 전문가다. 지난달 24일 주총 때 상무에서 전무이사로 승진해 기획.재무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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