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 행정수도 이전 시도 국가 위한 지도자 안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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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22일 '행정수도 건설을 결심하게 된 사연'이라는 대국민 서한을 청와대 소식지인 '청와대 브리핑'에 게재했다.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와 생각의 궤적, 소회를 A4 용지 다섯 장 분량으로 풀어놓은 글이다.

이 글에서 노 대통령은 "한국의 균형발전과 수도권의 새로운 비전은 우리들의 꿈의 크기이자 미래에 대한 상상력의 문제"라고 했다. "지금 행정수도를 반대하는 사람이라도 그가 국가적 지도자의 자리에 서게 되고 선거에서 표를 모을 일이 없다면 그 역시 이만 한 꿈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얘기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재를 지지하지는 않지만 그분이 행정수도 이전을 시도한 것은 사리사욕이 아니라 국가의 장래에 대한 지도자로서의 안목을 가지고 한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결정적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생각하게 된 것은 2002년 3월 대통령 후보가 되고 난 후의 일이라고 술회했다. 당시 진념 전 부총리가 민주당의 경기도 지사 후보로 6월 지방선거에 나갔을 때였다. '수도권 규제'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노 대통령은 "진 후보에게 수도권이 요구하는 수도권 규제 해제 대신에 수도권의 계획적 관리 개념을 제시한 뒤 당 정책실에 행정수도 이전 계획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행정수도 충청 이전,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의 계획이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당시 한나라당은 이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하다가 나중에는 행정 각부를 전국 각지로 분산하는 정책을 내놓았다"고 했다. "결국 지금 와서 보면 한나라당의 반대로 정부 기능의 일부가 찢어지게 되었으니 결과적으로 양쪽의 주장이 다 받아들여진 셈이 됐다"고 했다. 그는 "내가 강력한 분권.분산주의자이긴 하나 행정수도 이전 계획은 분권 전략이라기보다는 수도권 문제를 해결하자는 성격이 더 강했다"고도 토로했다.

말미에 노 대통령은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 공공기관 지방 이전으로 손해 보는 분들에 대해서는 손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대책을 세워 설득할 일"이라고 했다. 이해 관계가 아니라 명분으로 반대하는 측에 대해서는 "수도권 규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행정수도 이전도, 공공기관 이전도 안 하고 수도권 규제만 덜렁 풀자는 것인가. 그것이 타당한 일인가. 가능하기는 한 일인가. 아니라면 수도권 규제는 그대로 두자는 말인가. 그러면 수도권의 미래는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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