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아트센터 6. 로테르담 룩소르 극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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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라인강 하류에 자리잡은 네덜란드 제2의 도시 로테르담은 유럽이 세계로 뻗어가는 전초기지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쑥대밭이 됐다가 지금은 완전히 새로 지은 건물로 '현대 건축 전시장'으로 불린다. 도시를 남북으로 있는 흰색 현수교인 에라스무스 대교는 '백조'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로테르담의 상징이다.

에라스무스 대교 남쪽 기슭, 붉은 색으로 온몸을 휘감은 아담한 건물은 눈에 띈다. 2001년에 개관한 룩소르 극장(1500석)이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율리아 볼스, 호주 출신의 피터 윌슨 부부가 건축 디자인을 맡았다. 인근에 자리잡은 아이맥스 영화관, 네덜란드 텔레콤 빌딩에 비해 몸집은 작지만 파격적인 외양과 색채가 모닥불을 피운 것처럼 뜨거운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고급 호텔과 아파트, 오피스 빌딩이 들어서고 있는 항만 재개발 계획의 주연(主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360도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어디가 앞뒤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다채로운 조형미를 자랑한다.

부두에 한 척의 배가 정박해 있는 모습이다. 강과 다리가 극장의 배경처럼 느껴진다. 사방이 탁 트인 로비 창문으로 항구의 야경을 파노라마처럼 즐길 수 있다. 붉은 색의 강렬함은 로비의 벽면에서도 느낄 수 있다. 널찍하고 높은 로비. 눈보라 치는 겨울에도 포근한 대화를 즐길 수 있다. 극장은 보는 곳일 뿐 아니라 보여주는 곳이다. 무대의 주인공은 연기자지만, 로비의 주인공은 관객이다.

룩소르 극장은 로테르담 오페라단의 상주 무대로 뮤지컬 극장으로도 쓰인다. 캬바레 공연은 물론 원맨쇼까지 가능하다. 첨단 연출기법을 동원하는 뮤지컬까지 수용할 수 있게 무대 상부를 널찍하게 마련했고 길이 18m의 트럭 3대를 무대 1층 높이에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확보했다. 해변의 바지선에서 무대 장비를 내려 반입할 수 있는 통로도 있다. 보트 택시에서 내리면 1층의 '라이프치히 레스토랑'으로 곧장 연결된다.

로테르담=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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