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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장 위주 단속 학생 생활지도 이제 그만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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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학교 현장에서 항상 강요되는 이데올로기는 '학생다움'이다. 단정한 머리에 단정한 복장의 대명사로 통한다. 머리에 물을 들이거나 파마를 하면 틀림없이 문제학생 취급을 받게 된다.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학생들의 두발지도와 용의복장지도가 왜 필요한 것인지 학생들을 설득하지 못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외모 단속 중심의 생활지도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으며 교육적 진정성을 지니는 것인지에 대해 이제는 진지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며칠 전에도 몇 명의 교사와 생활지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교사들 주장의 초점은 용의복장지도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학생다워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강제적인 외모지도가 학생들에게 교육적으로 인식되기보다는 오히려 반발을 불러오고 냉소적 태도를 키운다는 점이다. 학생들의 내면을 살피지 않는 외모지도는 의미가 없을뿐더러 학생들의 내면을 더욱 경직시켜 결과적으로 비교육적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런 외모 단속은 과감히 포기하는 대신 학생들의 지각.결석이나 규범 위반과 같은 근태지도에 노력을 집중하는 것이 훨씬 교육적이다. 왜냐하면 외모지도는 명분을 얻기 어렵지만 규범교육은 민주시민교육을 담당하는 학교에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규범교육이 학생들의 반감을 줄이면서 지킬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진정한 교육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외모와 개성을 존중해 줘야 하는데 오히려 단속하다 보면 어떤 의미에서 학교가 전혀 문제없는 학생들을 문제아로 몰아가는 교육적 모순이 생길 수 있다. 우리 교육 현장에서 외모 단속을 그만둘 때가 됐다.

한병선 교육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