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남매 화재 사망’ 친모, 화재원인 ‘라면→담뱃불’ 진술 번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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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아이 3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경찰은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진 광주 북부소방서]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아이 3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경찰은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진 광주 북부소방서]

아파트 화재로 어린이 3명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생존자인 친모 A씨의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당초 A씨는 경찰에 ‘술에 취해 라면을 끓이려다 잠이 들었다’는 진술을 번복하고, ‘담뱃불을 잘못 끈 것 같다’로 진술을 바꿨다.

31일 광주 북부경찰서는 이날 오전 광주 북구 두암동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하지만 2시간 30여분 진행된 감식에서도 경찰은 뚜렷한 화재 원인을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과수는 현장에서 수거한 증거물을 정밀 분석해 발화점 등 화재원인 규명 조사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화재 현장에서 숨진 삼남매의 사인은 연기로 인한 질식사로 추정됐다. 호흡기 내부에서 그을음이 발견돼 화재 당시 호흡하고 있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현재로써 화재 당시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파트 베란다에서 화상을 입은 채 구조된 친모 A씨의 진술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신뢰성에 의심이 짙어지고 있다. 사건 초기 A씨는 경찰에 ‘술에 취해 귀가해 라면을 끓이려고 가스레인지에 냄비를 올려뒀는데 (실수로) 잠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발화점 확인을 위해 가스레인지 위 냄비 등을 살폈지만, 라면을 끓인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

다시 추궁하자 A씨는 기존 진술을 번복하고 “귀가하면 라면을 끓여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으나, 실제로는 그러지 않았나 보다”라며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담뱃불을 잘 못 꺼 불이 난 것 같기도 하다. 담배를 어떻게 껐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광주지방경찰청 과학수사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나면 천천히 불이 나는 점으로 미뤄 급격히 불이 번진 이번 화재는 전기적 요인이 아닌 인화성 물질이나 가연성 물질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화재 원인을 밝힐 증거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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