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s] 어느 사회복지사의 하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2면

박 정 환
서울 송파구
종합사회복지관
재가노인팀장

복지관에 도착하니 8시15분. 나를 기다리는 어르신들은 이미 와 계시다. 2층 사랑방으로 인도해 보일러를 켰다. 아침 일찍부터 한 할아버지가 상담을 하자고 했다. 지난해 말 자식이 많다는 이유로 생계보조비가 깎인 뒤 발걸음이 잦다. 방세를 내야 하니 후원금을 더 줄 수 없겠느냐고 한다. "자세히 알아보고 있으나 일이 잘 안 되고 있다"는 말을 했다. 마음이 아프다. 할아버지도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을 곳이 없어 자꾸 오시는 것이리라.

파킨슨씨병을 앓고 있는 한 할머니의 집으로 지팡이를 갖다주고 왔다. 사시는 처지를 직접 보니 눈물이 핑 돌았다. 오후 1시30분. 송파푸드뱅크에서 갖고 온 바나나를 아동교실과 경로식당에 내려 놓고 독거노인들에게 나눠 줄 밑반찬을 가지러 조리실로 내려갔다. 봉사자들이 반찬 꾸러미를 챙기고 있었다. 밑반찬을 나를 청소년 봉사자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러다닐 나이인데 봉사날을 잊지 않는다. 반찬이 식을세라 단숨에 차에 실었다. 마천동. 거여동.오금동을 돌며 반찬을 전달하다 보니 어느덧 해거름이다. 가파른 언덕길을 많이 돌아 다녀서 그런지 숨이 차다.

일과 후에 복지관의 사회복지사들과 함께 스터디를 했다. 정부가 2008년부터 시행할 예정인 노인수발보장제와 일본의 개호보험제도를 비교 검토했다. 전문성을 키우려면 짬이 나는 밤에 공부할 수밖에 없다. 오후 9시. 오늘 제대로 하지 못한 일들이 떠오른다. '어떤 사회복지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소외된 이들의 삶의 질이 결정된다'는 한 선배의 말이 가슴을 찌른다. 내가 도와드리는 노인분들은 나를 만나 편안할까.

박정환 <서울 송파구 종합사회복지관 재가노인팀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