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자투표」도 떳떳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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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정당이 마침내 『국민의 뜻에 따라』소선거구제 선거법안을 채택해 국회에서 밀어붙일 작정을 하고 있다.
그동안 당론인 1구 1∼3인제가 최선이라고 주장했던 논리는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민정당이 명분을 얻었다고 큰소리는 칠 수 있게 됐다고
선거구 확정을 싸고 지역적으로 합구·분구되는 사정에 따라 적지 않은 불만이 나오고 있긴 하다.
더욱이 여당이 전통적으로 우세한 강원도 등 농촌지역에 의원 수를 많이 배정한 것이나 대도시 분구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민정당 안은 대체로 합리적이다. 선거법이 워낙 당략에 좌우되는 정치법인만큼 소소한 불만이 없을 수야 없을 것이다.
다만 민정당이 끝까지 당당하고 떳떳하려 한다면 부정선거의 시비가 있을 수 있는 조항도 이번엔 개선해야 할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 의원선거법은 지나치게 규제적이다. 타락·부정선거를 막고 관권개입을 피한다고 이것저것 규제하다보니 웬만한 선거운동이 모두 탈법·불법이 되기 일쑤고 선거권 제한 대목도 다분히 정치적인 데가 있다.
더우기 지난번 여야선거법협상 때 합의에 이르렀던 부재자 투표문제가 조금도 개선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 여야선거법 협상에 야당측은 △부재자 투표때 참관인을 두게 하고 △현재 일반투표자함과 섞어 개표하는 부재자 투표함을 따로 개표하도록 요구했었다.
민정당측은 군인이 대부분인 부재자투표에 참관인 배치문제는 군사기밀보호상 곤란하다고 끝끝내 거부했다. 다만 부재자 투표함의 분리개표는 허용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소선거구제안을 만들면서 그 합의는 인정되지 않았다.
여야의원들 사이에선 거의 공공연히 부재자가 마치 여당의 프리미엄처럼 인식되고 있다. 군사기밀 보호구실로 참관인을 안 두는 것은 그렇더라도 그게 무슨 비밀단지 같아서 일반투표함에 섞어 개표하겠다고 고집하는지를 모르겠다. 마치 큰 부정을 숨기는 것 같은 인상을 주지 않겠는가.
소선거구제가 명분이라고 해서 그런 부정의 혐의마저 가려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민정당이 당당하다는 소리틀 들으려면 부재자 문제 같은 데서도 떳떳해야할 것이다. 【김영배<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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