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시장 서로 뺏기 … 케이블 TV·통신사업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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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유선 통신사업자와 케이블 TV 업계의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기술 발전으로 통신과 방송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가운데 최근 통신업계가 케이블 TV 업계에 비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쏴붙이고 나섰다. 정보통신부도 7일 케이블 TV 업계의 인터넷 전화사업을 전격 허용하면서 방송 당국 쪽에 통신의 방송 진출을 허용해 달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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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 불사'태세=국내 최대 유선 통신사업자인 KT는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방송센터를 언론에 공개해 인터넷 방송 사업 의지를 드러냈다. 하나로텔레콤은 7월께 TV 포털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두 회사가 전국 초고속 인터넷 망으로 방송 서비스를 하면 케이블 TV 진영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인터넷 TV는 채널 수가 케이블 TV보다 서너배 많은 데다 부가 서비스도 다양하다.

이에 맞서 케이블 TV 업계는 통신업의 아성인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서 유선 통신사업자를 위협하는 수준이 됐다. 지난해 10월 현재 케이블 TV 업계가 제공하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의 가입자는 136만명에 달했다. 국내 전체 가입자의 11%에 해당되는 규모. 케이블 TV망(HFC)으로 가입자들에게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연내 제공할 계획도 있다.

인터넷 전화 사업을 위해 17개 케이블 TV 업체들은 지난해 9월 자본금 120억원의 한국케이블텔레콤(KCT)을 설립했다. 이들이 방송과 초고속 인터넷, 인터넷 전화를 묶어 원스톱 서비스를 하게 되면 유선 통신사업자들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케이블TV방송협회의 김영철 국장은"미국처럼 통신과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묶으면 편리할 뿐 아니라 서비스 요금도 낮아진다"고 말했다.

◆통신업계,'역차별'포문=케이블 TV 업계의 전화 사업 진출에 위협을 느낀 통신업계는 지난달 27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회장 남중수 KT 사장) 명의로 포문을 열었다. 연합회는 정통부에 제출한 건의문에서"유선통신 사업자들이 방송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는 마당에 케이블TV 업체들은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 마음대로 뛰어드는 역차별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통부가 케이블 TV 업계에 인터넷 전화 사업을 허가할 경우 공정경쟁을 해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신업체의 인터넷 방송 사업은 방송위원회 허가의 벽에 부닥쳐 답보 상태다. 방송 시장을 규제 감독하는 방송위는 "인터넷 방송은 통신업자가 하더라도 방송 영역인 만큼 방송법 적용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통부는 7일 한국케이블텔레콤(KCT)의 인터넷 전화 사업을 허가하겠다고 전격적으로 밝혔다. 정통부는 지난해 12월 KCT가 제출한 인터넷 전화 사업 심의를 보류한 바 있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방송위가 통신업체의 인터넷 TV 시장 진출을 허용하면, 케이블TV 업계의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허용하겠다"고 말해 케이블 TV 업계가 반발하기도 했다. 정통부 유대선 통신안전과장은 "케이블 업계의 인터넷 전화 사업 허가를 계기로 통신사업자의 방송시장 진입 장벽도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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