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대통령 친서 전달 위해” … 또 말 달라진 청와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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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오른쪽)이 26일 서울 국회에서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예방 했다. [뉴스1]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오른쪽)이 26일 서울 국회에서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예방 했다. [뉴스1]

26일 오전 10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 김성태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 20여 명이 모였다. 김 원내대표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의혹을 ‘UAE 원전 게이트’로 규정하면서 “국민적 의혹이 하루가 다르게 일파만파로 증폭되고 있다. UAE 원전 게이트 국정조사에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응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병도 수석, 국회 찾아 직접 해명 #UAE 바라카 원전 관련설 선 그어 #한국당 “국정조사” 청와대 앞 시위 #국민의당 “국익 명분 감춰선 안 돼”

같은 시간대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회를 찾아 바른정당·국민의당·민주당 지도부 순으로 만났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청와대 현안점검회의에서 UAE 특사 파견과 관련한 야당의 주장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국익 차원의 양해를 구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한 수석의 ‘급파’ 배경을 설명했다. 청와대가 UAE 특사 관련 의혹에 대해 수석급 고위 관계자를 통해 국회에 직접 해명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수석은 이후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임 실장의 UAE 방문은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증진 목적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며 “너무 많은 의혹이 생산되고, 또 확대 재생산돼 정치적 이슈처럼 불거지는 것에 대해 굉장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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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엔 청와대에서 별도 브리핑이 있었다. 고위 관계자는 “임 실장의 특사 파견 목적은 UAE의 바라카 원전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UAE에서도 한국 언론 보도를 주시하고 있는데 마치 원전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도하는 데 대해 의아해하고 있다”며 “국익적 차원에서 UAE 원전 관련해선 더 이상 보도가 안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왕세제와의 접견 내용을 미리 공개하지 않은 데 대해선 “상대가 있기 때문에 대화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못하는 점도 있다”며 “어떤 내용을 숨기기 위해서의 차원은 절대 아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의 이 같은 해명에도 임 실장의 ‘진짜 방문 목적’에 대한 의혹과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날 처음으로 임 실장이 UAE의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왕세제에게 친서를 전달했다는 사실은 공개됐다. 그동안은 임 실장이 UAE에 이어 방문한 레바논에 친서를 건넸다는 것 정도만 알려졌다.

앞서 청와대는 임 실장의 방문 목적을 두고 “UAE 아크부대, 레바논 동명부대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해서”(10일)라고 했다가 의혹이 이어지자 “양국 간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19일), “박근혜 정부 들어 관계 소원해져 관계 복원 차원”(20일)이라고 했다. 야권 관계자는 "입을 열 때마다 말이 바뀌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 수석의 국회 방문에도 야권의 의구심은 이어졌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막가파식 폭로가 가능한데도 외교적 상황 등 국익 때문에 (우리도) 자제하는 것”이라며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이행자 국민의당 대변인은 공식 논평을 내고 “(한 수석은) 원전과는 관련 없는 다른 국익과 관련된 일이었다며 보도 자제를 요청하고 있지만, 이번 논란은 청와대의 말 바꾸기에서 비롯되었다”며 “국익을 위한다는 말로 사실을 감추려고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의 ‘한국당 패싱’ 논란도 이어졌다. 이날 한 수석과 김성태 원내대표와의 만남이 성사되지 않아서다. 여권에선 “공교롭게 한국당이 이날 오전 UAE 특사 파견 의혹을 해명하라며 청와대 항의 방문을 가는 바람에 양측이 엇갈렸다”고 주장했다. 한 수석은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당의 청와대행이 전날부터 고지됐던 터라 한 수석이 만날 의향이 있었다면 충분히 만날 수 있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강태화·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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