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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 1조2875억 증자, 현대오일뱅크 IPO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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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현대중공업이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서는 한편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이를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내년 지배구조 개편과 일감 절벽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자금 확보해 조선 일감 절벽 대비 #지배구조 개편에 사용 가능성도

현대중공업은 26일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자금 확충안을 결의했다. 현대중공업의 유상증자 규모는 1조2875억원(1250만 주)이다. 6일 유상증자 계획을 밝힌 삼성중공업(1조5000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부채비율이 87%로 양호하고 일감 부족이 심해져도 견딜 수 있는 여력이 있다”며 “재무구조 개선과 연구·개발(R&D), 무차입 경영이 목표”라고 말했다. 증자의 목적이 유동성 부족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증자가 순조롭게 이뤄지면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등 그룹 내 조선 3사의 순차입금은 모두 사라진다. 약 5000억원가량의 순 현금을 보유하게 되며, 부채비율도 87%에서 60%대로 낮아질 전망이다. 조선업 불황으로 내년 금융권 대출이 어려워지고 금리가 오를 것에 대비하려는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내년 수주가 개선되더라도 실제 수주 뒤 돈이 도는 것은 2~3년 뒤라 어려운 재무상태가 이어질 수도 있다. 증자 소식이 전해진 뒤 시간외 거래에서 현대중공업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하며 12만2500원까지 떨어졌다.

또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로보틱스는 현대오일뱅크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고 밝혔다. 현대로보틱스는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91.1%를 쥐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자금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를 상장할 것이란 관측을 올 초부터 제기해왔다. 현대로보틱스는 내년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외부감사인 지정, 주관사 선정, 상장 예비심사 청구 등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재무 건전성을 강화함으로써 업계에서 도드라진 차별성을 확보하는 한편 신사업에 투자에 자금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장을 통해 조달된 자금은 앞으로 그룹 지배구조 개편 등에 쓰일 가능성도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내년 상반기 중에 해소할 계획이다.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현대중공업 지분을 현대로보틱스가 사들이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김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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