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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몰래 계돈투자 대판싸움|항의전화 빗발 증권사직원들 곤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신나게 오르기만하던 주가가 최근들어 폭락장세↓침체국면을 헤어나지 못하자 뒤늦게 뛰어든 신규투자가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꼭 상투를 잡은 기분들이다.
또 이들 투자가들의 거래를 주선한 증권회사 직원들은 으를때는 아무말 없던 고객들로부터 항의성 전화가 쉴새없이 걸려오는 바람에 요즈음 무척 곤혹스러운 입강이다.· 큰손들과 기관투자가들이 절반쯤 물량을 처분하고난 뒤끝을 가정주부·샐러리맨·농민등 「보통사람」 들이 틀어쥔·골이라고나 할까.
○…증권투자의 3박자는 선택종목 사는시기및 적절한 매도시점이라는 것은 주식투자의 기초상식.
실제는 20∼30년을 증권쪽에 매달린 전문가라고 할지라도 이것을 딱 집어낸다는것은 어려운 일이고 보면 지난해부터 새로 시작한 사람에게는 두말할 나위도 없는것.
광주에 사는 C모씨(36)는 지난해 남편이 중동에나가 모은 돈과 퇴직금등 모두 2천여만원을 투자,한달에 50만∼60만원정도 수익을올리며 생활을 꾸려왔다.
올 연초부터는 본격투자를결심,있는 돈을 몽땅 털어시중은행주를 1만4천원대에1천주,1만7천원대에 3백주를 각각 사들였다.
현재 이종목은 1만4천원내외. C씨는 주가가 떨어져 마음이 급해지자 지난 2월초부터 1주일 간격으로 용하다는 점장이를 찾아다니며 자문을 구하는 실정이다.
C씨에 따르면 이른바 역술원이라는 곳에는 요즘 1년신수를 보러오는 사람에 못지않게 「주식운세」 를 보는사람이 적어도 하루 10여명에이른다는 것.
이같은 사정은 서울에서도마찬가지로 미아리등 유명한점장이가 있는 곳에는 「투자가 손님」 이 부쩍 늘어났다는 소문이다.
○…장전망이통화환수· 물량공급등으로 어두워지자 1억∼5억원정도의 중간투자가들은대부분 주가가 반등하면 일단 빠져나가겠다는 생각들이다.
서울M지점에서2억원정도를투자한 H씨는 10년넘게 객장에 나오고 있는 관록파.
지난해에 금융주및 2부건설로 집중투자,현재 큰 재미를 보고 있긴 하지만 주가가 다소 빠지더라도 일단손을 털고 관망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한번 폭락강세를 겪은 장은 특별한 호재가 없는한 상당기간 옆걸음을 치는것이 여태까지 경험이기 때문이다.
또 경기도에 살면서 2억원정도를 서울L증권에 맡긴 K씨(49) 도 지난2월부터 금융주에 나름대로「물타기 작전」을 전개,투자종목과 시기등을 글고루 했지만 워낙 떨어지는 장세라 3∼4%의 손해를 보고 있다고.
○…B여인 (35) 은 남편몰래 지난1월말 탄 계돈 1천만원을 건설주에 넣었다가 주가가 너무빠져 30%가까이손해를 보게 되자 할수 없이이를 고백,몇차례 부부싸움을 하는 홍역을 치렀다.
공무원인 남편은 진작부터증권투자를 크게 혐오(?)해온터라 당연히 크게 나무랐고 B여인은 『주위에서 다들 하는데 잘하면 당신 월급정도는 쉽게 벌것 같더라』 고 말했다가 싸움이 커지게 됐다는 이야기다.
서울 명일동의 J여인도 그동안 저축해온 1천2백만원을 지난1월 친정남동생의 권유로 한참 주가가 뛰던 무역주에 투자,현재 2O%가까이 손해를 보고 있는 형편이다.
○…주가가 오를때는 거래량 폭주로 밤늦게까지 과로했던 증권회사 직원들이 이번에는 손해를 봤거나 주식을처분하려는 사람들로부터 항의및 상담전화가 쏟아져 괴로운 표정들이다.
항의전화의 대부분은 『내 생각은 그 가격에 안사려고 했는데 왜 샀느냐』, 『팔아달라고 진작 주문냈는데 왜 못받았느냐』 는등의 질책.
이같은 항의가 생기게되는 것은 고객들이 매도 또는 매수주문을 일정한 가격으로 내게 되더라도 동시호가가 들어가는 시간이 넘어버리거나 주문낸 가격으로 거래가 안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라는것.
D증권에 근무하는 P씨(3O)는 『주가가 오를때는 아무 말없던 고객들이 똑같은 내용을 가지고 하루에 30여통씩 전화를 걸어대니 죽을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이양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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