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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20명 나온 2층 여성 목욕탕 … 건물주, 문 밖서만 “대피하라” 외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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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경찰과 국과수 등 6개 기관의 합동 현장감식팀이 22일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1층에서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1층 주차장 천장 열선 배관작업 중 처음 발화한 것으로 추정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경찰과 국과수 등 6개 기관의 합동 현장감식팀이 22일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1층에서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1층 주차장 천장 열선 배관작업 중 처음 발화한 것으로 추정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북 제천 복합상가건물 화재 당시 건물주 이모(53)씨는 2층 여자 목욕탕에는 들어가지 않고 문밖에서 대피 통보만 한 것으로 드러났다. 2층에서는 전체 사망자 29명 중 20명(모두 여성)이 발견됐다.

119 신고 대신 혼자 불끄려 시도도 #목격자 "건물 직원 먼저 빠져나와"

22일 충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소방 당국은 지난 21일 오후 건물주 이씨를 조사했다. 소방 관계자는 “건물주 이씨가 다른 층에 있던 손님들에게는 대피하라는 말을 전했지만 2층 여자 목욕탕에는 직접 들어가 대피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소방 당국의 조사 결과 건물주 이씨는 지난 21일 오후 3시55분 이 건물 1층 사무실에서 직원 면접을 보고 있었다. 불이 난 사실을 안 이씨는 소방서에 신고하는 대신 건물의 소화전을 이용해 직접 불을 끄려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소방 관계자는 “건물주 이씨가 진화 시도를 했지만 ‘화염이 워낙 세게 번져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다’고 진술했다”며 “이씨는 자체 진화를 포기하고 한 층씩 올라가며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에게 대피하라고 소리쳤다”고 전했다.

이 건물 폐쇄회로TV(CCTV)에는 이씨가 자신의 진술대로 손님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건물 안을 돌아다닌 장면이 담겼다. 소방 관계자는 “이씨가 (남자라서) 2층의 여자 목욕탕엔 직접 들어가지 못하고 문밖에서만 대피하라고 외쳤다고 진술했다”며 “3층 남자 목욕탕과 헬스장은 들어갈 수 있었지만 남성인 건물주가 여자 목욕탕은 들어갈 수 없었던 것 같다”고 풀이했다. 그럼에도 이씨가 2층에서 너무 소극적으로 행동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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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시민은 해당 건물에 근무하던 직원들이 화재 발생 초기에 가장 먼저 현장에서 대피했다고 주장했다. 인근 상가의 한 점원은 “화재 직후 건물에 근무해 온 한 직원이 자기 짐을 갖고 급히 건물에서 빠져나가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2층에는 비상벨이 울리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소방 관계자는 “비상벨 작동 여부는 경찰 수사가 나와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건물 소유자 이씨는 강현삼(59) 충북도의원의 처남인 것으로 확인됐다. 건물 소유권은 지난 8월 이씨에게 이전됐다. 이씨는 리모델링을 거쳐 지난 10월 사우나와 헬스장 시설 운영을 재개했다. 일각에선 실소유자가 강 의원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씨는 화재 당시 다쳐 강원도 원주의 한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경찰은 이씨의 과실 여부를 추가 조사할 방침이다.

제천=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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