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 출마하라니 … 여당, 염치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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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들 염치없는 사람들 아닙니까."

허준영(사진) 전 경찰청장이 열린우리당에 대해 한 말이다. 허 전 청장은 6일 전화통화에서 "앞장서서 (경찰청장 자리에서) 나가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선거에 나가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열린우리당 경북도지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 출마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대구 출신의 허 전 청장은 열린우리당의 5.31 지방선거 경북도지사 후보 1순위에 올라 있는 인물이다. 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추병직 건교부 장관이 불출마 의사를 확고히 밝힘에 따라 허 전 청장을 단독 후보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허 전 청장을 만나 본 결과 출마 가능성이 상당히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영입을 적극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열린우리당의 이런 입장에 대해 허 전 청장은 굳은 어조로 "최근 여당 고위 당직자들을 만났다. 출마 얘기가 나올 때마다 단호히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열린우리당을 향해 "염치없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경찰청장 사퇴 때의 앙금이 상당히 남아있는 분위기였다. 허 전 청장은 지난해 말 시위 농민 사망 사건으로 청와대의 퇴진 압박을 받고도 버티다가 열린우리당까지 가세하자 물러났다. 그의 한 측근은 "당시 수사권 조정 등 경찰 현안의 열쇠를 쥐고 있는 여당의 압력이 사퇴에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했다. 허 전 청장의 불출마 의사가 확고하다는 설명을 곁들이면서다. 열린우리당 경북지사 후보의 구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허 전 청장은 "여당 후보로 출마하는 것은 생각의 여지조차 없는 문제"라며 말을 맺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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