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20여 명 납치 … 성폭행 … 살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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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국에서 남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집단 납치.성폭행.살해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일부 피해자의 시신을 해체하는 등 엽기적인 행태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허이룽장(黑龍江)성 자무스(佳木斯)시 샹양(向陽)구 공안국의 조사에 따르면 범인 궁룬보(宮潤伯.32)는 2005년부터 20명 이상의 남녀 어린이를 유인해 자기 집으로 데려가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이 6일 보도했다. 범인은 일부 시신을 잔인하게 해체하기도 했다.

경찰은 궁의 진술에 따라 범인이 침실로 사용해온 토방의 온돌 위 약 60cm 높이의 대형 물통 2개에서 남녀 어린이 피해자의 유골과 시신의 일부, 옷가지.신발 등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대형 물통은 시멘트가 덮여 가려져 있었다. 물통 안에 갇힌 아이들은 시멘트로 봉인된 뒤 질식사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현장 조사팀은 "신발 수로 보아 살해된 어린이 수는 2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말하고 "일부 어린이들은 살해되기 직전 성추행, 혹은 성폭행을 당한 흔적이 있다"고 밝혔다.

샹양구 공안국의 왕런샹(王仁祥) 국장은 5일 기자회견을 하고 "현재 범행 동기와 수법, 정확한 피해 규모를 놓고 범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그러나 범인은 지금까지 자세한 범행사실을 밝히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문의 연쇄 실종사건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다. 샹양구에 있는 톈치(天麒) PC방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마을 아이들이 꾸준히 실종되는 사건이 이어지자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즉각 전담 수사팀을 구성해 범인 추적에 들어갔다. 그러나 실종 사건은 경찰 수사 착수 이후에도 계속 발생했다.

궁지에 빠진 경찰을 도운 것은 14세 소년의 기지였다. 이 소년은 톈치 PC방에서 범인의 꾐에 빠져 그의 집까지 따라갔으나 범인이 방심한 틈을 타 사지를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소년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범인의 집과 그의 어머니가 사는 집, 그리고 톈치 PC방 주변을 수색한 끝에 지난달 28일 범인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범행 사실은 3일 허이룽장성 위성방송이 첫 보도했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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