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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당했다" 일본에서도 '미투' 확산

중앙일보

입력

미국 연예계에서 성희롱 피해를 고백하며 시작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이 뒤늦게 일본에서도 번지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22일 보도했다.

한 작가의 피해사실 고백에서 시작 #정치논객 등 트윗글에 #미투 번져 #

미투의 발단이 된 건 지난 17일 작가 겸 블로거인 하츄(31)가 직장시절 성희롱 피해사실을 고백한 것이었다. 하츄는 ‘버즈필드 재팬’에 올린 글을 통해 광고회사 덴츠에서 일하던 당시, 직장 선배로부터 심야에 집으로 호출을 당했다는 등의 피해를 고백했다.

이후 정치분야 아이돌 논객으로 활동하는 게이오대 4학년생인 마치다 아야카(22)도 트위터에 “입사시험을 봤을 때 ‘여성을 무기로 삼고 있냐’는 등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폭로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 타워 앞에서 미투 캠페인 집회가 열렸다. [AFP=연합뉴스]

지난 9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 타워 앞에서 미투 캠페인 집회가 열렸다. [AFP=연합뉴스]

트위터에는 “가벼운 성희롱 정도 웃는 얼굴로 흘려버리는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를 낳고 바뀌었다. 내가 당한 것과 똑같은 성희롱을 딸이 당한다면 용서할 수 없다”는 등의 트위터 글이 잇따르고 있다고 아사히 신문은 전했다.

용기를 내 맞서거나 피해를 고백했다가 2차 피해를 입었다는 폭로도 나왔다. 중학교 3학년때 창업을 한 게이오대 2학년생 시이키 리카(椎木里佳20)는 하츄의 기사가 나온 날 “성희롱이나 성적요구는 이 세상에 만연하다. 요구를 거절했더니 업무 이야기가 백지화 된 적도 몇번이나 있다”고 트위터 글을 올렸다. 문제제기를 하면 “증거는 있느냐”, “(네가) 경계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 등의 역공이 돌아온다고도 했다.

타임 '올해의 인물'에 '미투' 촉발한 "침묵을 깬 사람들" [워싱턴 AP=연합뉴스]

타임 '올해의 인물'에 '미투' 촉발한 "침묵을 깬 사람들" [워싱턴 AP=연합뉴스]

일이 끊기거나 직장을 잃게 될까봐 목소리를 내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 30대 여성 프리랜서 작가는 남성 클라이언트로부터 식사에 초대를 받았다.
식사 도중 성적관계를 요구하는 듯한 발언을 해 거절했더니 “여자를 소개해달라”며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그는 "프리랜서인데 일이 끊길까봐 미투 대열에 동참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고도 털어놓았다.

피해자 가운데에는 남성도 있었다. “초등학생 때 모르는 아저씨가 귓볼에 키스를 했다”고 고백한 한 남성은 “당시 무섭고 기분이 나빠서 울었는데, 주변에선 ‘네가  조심해라’는 말 뿐이었다. 남자도 여자와 마찬가지로 좀 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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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실명공개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작가 하츄는 페이스북에 성희롱 피해를 고백하며 해당 직장 선배의 실명을 공개했다. 이름이 밝혀진 당사자는 “그녀(하츄)에게 상처를 주고 괴로운 생각이 들게 한 점, 오늘까지도 제대로 사죄하지 못해 죄송하고 후회하고 있다”며 사죄했다.
미투에 동참했던 또다른 여성은 "거듭되는 성희롱 피해를 막고싶은 생각에 발언을 했는데, 가해자의 공개 사죄문을 보니, 당시의 기억이 떠올라 괴로웠다"고도 했다.
기요미즈 요헤이(清水陽平)변호사는 “명예훼손으로 거꾸로 소송당할 수 있는 리스크도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실명을 거론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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