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순 사건 투입 공무원들, 혈흔 탐지 시약 국산화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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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캡처]

[사진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캡처]

우리나라 공무원 2명이 숨겨진 혈흔을 탐지하는 시약 개발에 성공했다. 혈흔 탐지 시약은 2009년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자백을 받아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등 과학 수사에 꼭 필요한 약물이다. 하지만 이 약물은 전량 해외에서 수입돼 왔다.

이런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 경찰관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직원 두 사람이 국산 혈흔 탐지 시약을 개발했다. 2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임승 경남지방경찰청 보건사무관은 대통령표창을, 임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국무총리 표창을 받는다.

30일 오후 경기도 수원 호매실동 황구지천변에서 경찰들이 군포 연쇄 살인범 강호순에 의해 희생된 연(21)모 씨의 시신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 김도훈 인턴기자 ]

30일 오후 경기도 수원 호매실동 황구지천변에서 경찰들이 군포 연쇄 살인범 강호순에 의해 희생된 연(21)모 씨의 시신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 김도훈 인턴기자 ]

행안부에 따르면 임 사무관과 임 연구원은 2009년 강호순 사건을 담당하면서 혈흔을 탐지하면 형광빛을 내는 '루미놀' 시약이 프랑스에서 고가에 수입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1년에 한 번 지원되는 소액의 시약 비용으로는 루미놀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보고 직접 한국형 시약 개발에 돌입했다.

임 사무관 등은 그로부터 8년간 꾸준한 연구 끝에 수입 루미놀보다 가격은 10분의 1 수준이면서도 형광효과는 더 우수한 '블러드 플레어'를 개발했다.

국산 시약이 상품화하면 과학 수사 예산 절감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임 사무관 등은 연구성과 특허를 내 상업화하는 대신 직무 발명제도를 통해 연구성과물을 국가에 귀속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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