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려고·이직하려고 그만뒀는데...‘재취업 한파’ 최고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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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박람회 자료사진. 장진영 기자

채용박람회 자료사진. 장진영 기자

전체 실업자 중 이전 회사를 그만두고 1년이 지나도록 새 직장을 찾지 못한 '재취업 준비생' 비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첫 직장을 꿈꾸는 취업 준비생뿐만 아니라 다른 직장을 찾으려는 재취업자들의 고용시장에서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실업자 87만 4000명 중 30.0%인 26만 2000명이 1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 직장을 찾지 못한 '1년 이전 취업 유경험 실업자'로 집계됐다. 구직시장 10명 중 3명은 재취업을 준비 중인 이들이라는 의미다. 1년 이전 취업 유경험 실업자 비율이 30%대에 진입한 것은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99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1년 이전 취업 유경험 실업자 비율은 10%대에 머물렀다. 그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대를 넘어섰고, 2012년 유럽발 재정위기 이후 20% 중·후반대로 높아졌다. 최근 들어서는 줄곧 25% 내외를 맴돌았다. 이 수치는 계속 상승해 지난 9월과 10월에는 26.1%에서 27.8%로 높아졌다가 지난달 30%대로 껑충 뛰어오른 것이다.

최근 1년 이내 회사를 그만둔 경험이 있는 실업자까지 포함한 취업 유경험자 비율은 91.5%로 오히려 전달(92.1%)보다 0.6%p 떨어졌다. 정리하면, 취업 경험이 있는 실업자는 상대적으로 줄고 있지만, 회사를 그만둔 지 오래된 실업자만 빠르고 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20대 청년 중심의 신규 고용시장뿐만 아니라 재취업 시장의 상황도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1년 이전 취업 유경험자 비율이 늘어난 것은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에 따른 지방직 공무원 추가 채용의 영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회사를 그만두고 취업 준비를 하던 비경제활동인구가 올해 공무원 채용 기회가 늘어나면서 대거 통계상 '실업자'가 됐다는 것이다. 취업준비생은 비경제활동 상태로 분류되므로 실업자 집계에서 제외된다.

실제로 공무원 시험 등의 영향으로 지난달 취업준비생 수는 지난해 11월보다 약 3만1천 명 감소한 약 63만7천 명을 기록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고용시장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오랜 기간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지난달 1년 이전 취업 유경험 실업자 비율이 올라간 것은 지방직 공무원 시험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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