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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목동병원서 시력 잃은 미숙아…법원 “의료진 과실 인정”

중앙일보

입력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고가 난 후 11층 신생아 중환자실이 폐쇄됐다. 최승식 기자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고가 난 후 11층 신생아 중환자실이 폐쇄됐다. 최승식 기자

서울 이화여대목동병원에서 태어난 한 미숙아가 시력을 잃게 됐고, 법원은 의료진 잘못을 인정하며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2부는 2년 전 이 병원에서 미숙아로 태어난 뒤 시력 회복이 어려운 망막병증 진단을 받은 최모(2)군과 그 부모가 병원 측(이화학당)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지난 13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병원 측이 최군에게 3억4929만원을, 최군 부모에게 800만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최군은 2015년 12월 이 병원에서 쌍둥이로 태어났다. 배 속에 있던 기간이 32주 1일이고 체중도 1.77㎏에 불과한 미숙아였다. 당시 최군은 산소포화도 저하, 백혈구 수치 상승 등의 증상을 보여 이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이후 약 3주간 항생제 투여와 산소·광선 치료 등을 받았다. 퇴원 후에는 소아청소년과 외래진료를 받았다.

이듬해 2월 최군의 부모는 “아이가 눈을 잘 맞추지 못한다”고 의료진에게 알렸다. 하지만 의료진은 별다른 조치 없이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한 달 뒤 최군 부모가 다시 같은 증상을 호소하고 나서야 안과 진료를 받도록 했다. 그 결과 최군 양쪽 눈에서 이상 소견이 나타났다. 이후 최군은 서울대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서울대병원은 최군 두 눈에서 망막박리 증상이 나타나 시력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최군 부모는 병원이 신속하게 안과 진료를 시행하지 않은 과실로 실명에 이르렀다며 소송을 냈다. 이에 재판부는 “의료진은 생후 4주쯤에 안저검사(동공을 통해 안구 내의 구조물을 관찰하는 것)를 해 미숙아 망막병증 여부를 검진했어야 했다”며 의료진 과실을 인정했다.

법원은 최군 부모가 증상을 호소했음에도 의료진이 뒤늦게 안과 진료를 받게 한 것도 병원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눈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는 증상을 호소한 이상 의료진은 조속하게 안과 진료를 받게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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