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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 경조증 의심’ 김현철 전문의 “종현 주치의 누구냐”

중앙일보

입력

그룹 샤이니 종현의 빈소가 19일 오전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21일이다. 일반인 조문은 같은 병원 장례식장 지하 1층 3호실을 통해 가능.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그룹 샤이니 종현의 빈소가 19일 오전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21일이다. 일반인 조문은 같은 병원 장례식장 지하 1층 3호실을 통해 가능.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배우 유아인을 향해 급성 경조증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과한 김현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숨진 샤이니 종현(김종현·27) 유서가 공개되자 분노했다.

19일 김 전문의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종현의 유서 내용을 보도한 기사를 링크한 뒤 “누구냐”며 “저는 그 주치의를 제 동료로 인정할 수 없다. ‘운동해라’ ‘햇빛 쬐라’에 이어 최악의 트라우마”라고 밝혔다.

김현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19일 트위터에 종현의 주치의를 비판했다. [사진 김현철 전문의 트위터 캡처]

김현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19일 트위터에 종현의 주치의를 비판했다. [사진 김현철 전문의 트위터 캡처]

이날 디어클라우드 멤버 나인이 공개한 종현의 유서에는 “왜 아픈지를 찾으라 했다. 너무 잘 알고 있다. 난 나 때문에 아프다. 전부 다 내 탓이고 내가 못나서야. 선생님 이 말이 듣고 싶었나요? 아뇨. 난 잘못한 게 없어요. 조근한 목소리로 내 성격을 탓할 때 의사 참 쉽다 생각했다”라며 정신과 의사와 상담했던 내용이 담겨있다.

종현은 또 “제발 모르는 소리 좀 하지 말아요. 왜 힘든지를 찾으라니. 몇 번이나 얘기해 줬잖아. 왜 내가 힘든지. 그걸로는 이만큼 힘들면 안 되는 거야? 이미 이야기했잖아. 혹시 흘려들은 거 아니야?”라며 답답한 마음을 호소하기도 했다.

김 전문의는 이에 대해 “다시 읽어도 너무 화가 난다”며 “총 분량의 3분의 2가 담당 의사를 향한 분노가 가득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때는 또 학회 차원의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는다”며 학회를 비판하기도 했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출연해 유명해진 김 전문의는 유아인의 인스타그램 이용 빈도와 글에 나타난 사고의 비약 등을 지적하며 급성 경조증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난달 30일 대한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회는 성명을 내고 “정신과 진료의 특성상 개인을 진료실에서 면밀히 관찰하고 충분히 면담하지 않고는 정신과적 진단을 함부로 내리지 않는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김 전문의를 윤리규정에 따라 조치해달라고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 요구했다.

이에 지난 1일 김 전문의는 트위터에 그동안 유아인에 관해 쓴 글을 모두 삭제하고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 너무도 송구하며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다음은 나인이 올린 종현의 유서 전문이다.

난 속에서부터 고장났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
나는 날 미워했다. 끊기는 기억을 붙들고 아무리 정신차리라고 소리쳐봐도 답은 없었다.
막히는 숨을 틔어줄 수 없다면 차라리 멈추는게 나아.
날 책임질 수 있는건 누구인지 물었다.
너뿐이야.
난 오롯이 혼자였다.
끝낸다는 말은 쉽다.
끝내기는 어렵다.
그 어려움에 여지껏 살았다.
도망치고 싶은거라 했다.
맞아. 난 도망치고 싶었어.
나에게서.
너에게서.
거기 누구냐고 물었다. 나라고 했다. 또 나라고 했다. 그리고 또 나라고했다.
왜 자꾸만 기억을 잃냐 했다. 성격 탓이란다. 그렇군요. 결국엔 다 내탓이군요.
눈치채주길 바랬지만 아무도 몰랐다. 날 만난적 없으니 내가 있는지도 모르는게 당연해.
왜 사느냐 물었다. 그냥. 그냥. 다들 그냥 산단다.
왜 죽으냐 물으면 지쳤다 하겠다.
시달리고 고민했다. 지겨운 통증들을 환희로 바꾸는 법은 배운 적도 없었다.
통증은 통증일 뿐이다.
그러지 말라고 날 다그쳤다.
왜요? 난 왜 내 마음대로 끝도 못맺게 해요?
왜 아픈지를 찾으라 했다.
너무 잘 알고있다. 난 나 때문에 아프다. 전부 다 내 탓이고 내가 못나서야.
선생님 이말이 듣고싶었나요?
아뇨. 난 잘못한게 없어요.
조근한 목소리로 내성격을 탓할때 의사 참 쉽다 생각했다.
왜 이렇게까지 아픈지 신기한 노릇이다. 나보다 힘든 사람들도 잘만 살던데. 나보다 약한 사람들도 잘만 살던데. 아닌가보다. 살아있는 사람 중에 나보다 힘든 사람은 없고 나보다 약한 사람은 없다.
그래도 살으라고 했다.
왜 그래야하는지 수백번 물어봐도 날위해서는 아니다. 널위해서다.
날 위하고 싶었다.
제발 모르는 소리 좀 하지 말아요.
왜 힘든지를 찾으라니. 몇번이나 얘기해 줬잖아. 왜 내가 힘든지. 그걸로는 이만큼 힘들면 안돼는거야? 더 구체적인 드라마가 있어야 하는거야? 좀 더 사연이 있었으면 하는 거야?
이미 이야기했잖아. 혹시 흘려들은 거 아니야? 이겨낼 수있는건 흉터로 남지 않아.
세상과 부딪히는 건 내 몫이 아니었나봐.
세상에 알려지는 건 내 삶이 아니었나봐.
다 그래서 힘든 거더라. 부딪혀서, 알려져서 힘들더라. 왜 그걸 택했을까. 웃긴 일이다.
지금껏 버티고 있었던게 용하지.
무슨 말을 더해. 그냥 수고했다고 해줘.
이만하면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해줘.
웃지는 못하더라도 탓하며 보내진 말아줘.
수고했어.
정말 고생했어.
안녕.

[출처: 중앙일보] 종현 유서, 디어클라우드 나인이 전한 사연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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