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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스타일] 골목상권 해법 여기에 있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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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인스타 거기 어디? │ 보마켓 

보마켓 밖 나무 테이블은 볕 좋은 날 커피나 와인 한잔을 나누기 좋 다

보마켓 밖 나무 테이블은 볕 좋은 날 커피나 와인 한잔을 나누기 좋 다

‘보마켓(@bomarket)’은 서울 소월로 남산맨션 1층에 있는 미니 가게다. 가게라고 한 건 굉장히 뭉뚱그린 표현인데 그럴 수밖에 없다. 외진 한 동 건물에 100여 세대가 모여 사는 남산맨션에서는 보마켓이 편의점부터 카페·분식집까지 모든 역할을 한다.

남산맨션 1층 동네 가게 ‘보마켓’ #진기한 식료품에 카페까지 갖춰 #럭셔리 마켓처럼 취향 담긴 공간

2014년 보마켓이 문을 열기 전에도 그 자리는 원래 수퍼였다. 남산맨션의 위치가 물 한 병 사려 해도 한강진역까지 나가야 하니 동네 주민들에게는 이 수퍼가 중요한 편의시설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문을 닫게 되자 아파트 주민이던 유보라(39)·나훈영(41) 부부가 이 공간을 새롭게 꾸몄다.

식료품이 예쁘게 정리된 내부.

식료품이 예쁘게 정리된 내부.

자동차 디자이너인 유씨와 공간 콘텐트 기획자인 나씨가 창작자로서 업의 경험을 살렸다. 나씨는 이미 한남동 꼼데가르송 내 ‘로즈 베이커리’를 운영한 경험이 있고, 지금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내 ‘보키친’을 맡고 있다. 부부는 “하나를 사더라도 취향을 겨냥한 물건을 팔자”는 마음에 스스로 먹어 보고 써 본 제품 중 감각적인 것만 골라 가게에 내놨다. 보마켓에서 만난 주민 신승연씨는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다. “수퍼 하나 만드는 데 왜 이럴까 싶을 정도로 공사를 몇 달씩 했어요. 문을 열고 나서야 아, 이래서 시간이 걸렸구나 이해했죠.”

정체를 드러내자 사람들은 ‘라이프 셀렉트숍’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였다. 직접 가 보면 이유를 알 만하다. 33㎡(10평)가 될까 말까 한 작은 공간이 예쁘고 진기한 물건들로 가득하다. 한쪽 벽에는 라면·참치캔·우유부터 하인즈 케첩, 호주 대표 초콜릿 과자 ‘탐탐’, 맥캔즈 오트밀까지 국내외식료품이 빼곡하게 들어 차 있다. 먹거리뿐일까. 럭키 스트라이프 담배, 일본 로이히 동전 파스, 마비스 치약 등 해외에 가면 하나쯤 사 보는 각국 대표 생필품이 가득하다.

다만 옛 ‘미제 가게의 추억’과는 분명 다르다. 디스플레이의 힘이다. 품목별로 여유를 잡고 10개를 넘지 않게 진열하고, 실한 토마토와 양파를 잘 닦아 나무 박스에 넣어 두는 식이다.

샌드위치

샌드위치

공간의 반이 수퍼라면, 나머지 반은 카페다. 커피와 간단하게 요기를 할 수 있는 샌드위치(5000원·사진)·라면(3000원) 등을 판다. 특히 블루베리·아몬드·건조딸기가 들어간 시리얼(5000원)이 인기 메뉴다. 최근 외부 손님들이 늘면서 오후 12~3시 사이 테이블이 꽉 차는 날이 종종 생긴단다. 보마켓에는 안에도 밖에도 기다란 나무 테이블이 하나씩 있다. 볕 좋은 날 커피 한 잔 하기도 좋지만, 이른 저녁 와인 한잔, 맥주 한 캔씩 가볍게 즐기기 그만이다.

글·사진=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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