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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한반도 평화위해 기여할 준비 돼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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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달성을 위해 기여할 준비가 항상 돼있다.”

6일 노무현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있는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은 본지 카이로 특파원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5일 이같이 밝혔다. 북한을 네 차례 방문하고 1999년에는 한국을 방문했던 무바라크 대통령으로부터 한ㆍ이집트 양국관계와 한반도 문제 등 국제질서에 대해 들었다.

-노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이집트를 방문한다. 7일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는데 어떤 현안을 논의할 것인가.

“이집트는 1948년 설립된 한국정부를 인정했다. 이후 양국관계는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 60년대에는 영사관계를, 그리고 10년 전인 95년에는 대사관계를 설립했다. 지난 10년간 무역ㆍ투자 등 모든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관계확대가 이뤄졌다. 이번 노대통령의 방문으로 99년 나의 한국방문으로 시작된 양국 간 돈독한 우호관계와 협력이 절정을 맞이하길 기원한다. 노대통령과 포괄적인 사안들을 논의할 것이다. 한반도와 동북아 문제, 이ㆍ팔 분쟁과 이라크 사태를 포함한 중동문제, 유엔개혁과 테러 종식 등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의제는 무역ㆍ경제ㆍ투자ㆍ관광 분야에서의 양국 간 협력강화를 위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다.”

-99년 서울 방문시 남북한 간 이견 해소와 통일을 위해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이집트가 남북한 간 긴장완화와 궁극적으로 통일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다시 한반도를 방문해 휴전선을 넘어 육로로 서울과 평양을 방문하는 셔틀외교를 할 수도 있는가.

“한반도 문제는 이미 역사적으로 사라져버린 냉전의 산물이다. 남북한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이제 갈등을 극복해야할 때다. 이집트는 남북한 모두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집트는 휴전선으로 나뉜 양국과 국민이 갈등의 폭을 좁히는 노력에 큰 관심이 있다. 내가 한국을 방문한 다음해인 2000년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한 것에 대해 나는 개인적으로 아주 기뻤다. 이 방문이 남북한 간 신뢰구축과 대화를 위한 틀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정상회담이 또 열리길 기원한다. 더불어 2003년 시작된 6자회담도 큰 결실을 이루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나는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달성을 위해 기여할 준비가 항상 돼있다.”

-한국은 평화재건을 위해 이라크에 파병한 상태다. 앞으로도 중동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평화를 위해 적극적인 참여를 할 전망이다. 조언이 있다면.

“이라크 재건은 중대한 국제적 사업이다. 국제사회가 힘을 합쳐야한다. 추가적인 인명피해와 자원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라크에 치안회복과 재건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난해 11월 카이로에서 열린 이라크화합준비회의에서 나는 이라크 내 종파ㆍ정파 간 대화를 촉구한 바 있다. 이집트도 이라크 내 화합이 달성돼 안정과 재건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길 기원하고 있다. 한국은 이라크는 물론 이ㆍ팔 분쟁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 모두와 우호적인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ㆍ팔 양측 모두 평화작업을 격려하는 국가를 요구한다. 한국의 정치ㆍ경제적인 지원이 이ㆍ팔 간 긴장해소와 평화노력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아흐마드 나지프 총리 주도하에 이집트는 민영화ㆍ경제개방 등 경제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외국의 투자유치와 투자환경 개선을 위해 어떤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는가.

“2004년 나지프 총리 정부의 경제개혁이 큰 결실을 보고 있다. 관세인하ㆍ금융개혁 등을 통해 수년간 계속됐던 저성장을 극복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제성장률이 6%대를 넘어섰고, 인플레도 3.7%로 크게 낮아졌다. 경상수지도 수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중앙은행의 보유 외환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이집트 증권시장은 지난해 세계 최고의 성장률을 보였다. 이와 더불어 경제개혁은 투자환경을 급속히 개선하고 있다. 투자법 개정과 자유 무역 및 산업지대 확대로 지난해 이집트에 대한 직접투자액만도 40억 달러를 넘어섰다. 올해와 앞으로 수년간 외국인 투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정보통신 등 기술주도산업에서 큰 발전을 이루었다. 한국기업들이 이집트 회사들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양국 간 경제협력 강화를 위한 대통령의 의견은.

“한국의 대 이집트 투자는 현재 1억 7800만 달러에 불과하다. 또 석유ㆍ방직ㆍ자동차ㆍ전자 등 일부 업종에만 집중돼 있다. 추가적인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 이집트는 한국제품의 중동과 아프리카 진출을 위한 관문이 될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 대우자동차, 동일방직 등 브랜드가 잘 알려져 있는 기업들은 중동ㆍ아프리카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필요할 것이다. 또 한국과 이집트는 이중과세방지, 투자촉진 등을 포함한 여러 협정과 의정서를 체결한 바 있다. 이제는 이러한 협정을 추진할 때가 온 것 같다. 이번 노 대통령의 방문으로 더욱 양국 기업인들 간의 교류가 활성화되고 한국이 대 이집트 투자가 확대되길 바란다.”

-이집트에는 풍부한 석유ㆍ가스자원이 있다. 에너지원을 전량 수입해야하는 한국으로서는 최근 수입국 다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 분야에 있어서 한ㆍ이집트의 협력방안은.

“석유ㆍ가스 부문은 이집트의 기간산업이고 최근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하고 있다. 특히 가스부문은 세계 6위의 생산ㆍ수출국가다. 특히 가스수출을 위해 이집트는 여러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터키를 거쳐 유럽까지 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집트는 지난해 한국에 3억 달러의 석유ㆍ가스제품을 수출했다. 우리의 대 한국 수출의 90%를 차지한다.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LNG의 경우 지난해 대한 수출액이 4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앞으로 양국이 관심을 가지고 협력확대를 논의해야할 분야다.”

-한국은 지난해 아인샴스 대학에 한국어과를 설치했다. 또 한국 드라마를 상영하면서 이집트인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양국 간 문화교류와 협력확대를 위한 방안은.

“문화협력은 양국 간 가장 활성화돼있는 분야 중의 하나다. 예술ㆍ문학ㆍ학문 등 분야에서 많은 교류가 있어왔다. 이집트 주요대학과 한국의 대학관 여러 교류협정도 맺어져 있다. 특히 관광분야에서는 급속한 발전을 이루었다. 2001년 2만4000명이던 한국 관광객이 지난해에는 4만5000명까지 늘어났다. 이를 위해 한국어 교육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집트를 찾는 한국인들에게 한국어서비스를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공보분야에서의 협력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이집트 국영방송과 한국의 방송사 간 경험교류는 물론 제작물 방영도 늘고 있다. 또 각종 문화축제에 한국 단체가 참여하고 있고, 이집트도 지난해 서울서 열린 국제방송박람회에 아랍국가로서는 유일하게 참여하기도 했다.”

-최근 전세계에 마호메트 만평사태로 들썩이고 있다. 이슬람에 대한 이해부족이 원인인 것 같다. 한국인들도 사실 이슬람과 아랍문화에 대해 잘 모른다. 이 같은 이해부족을 어떻게 극복해야하나.

“마호메트 만평 게재는 시작부터 잘못됐고, 해결노력도 현명치 못해 더 확산하고 말았다. 표현과 언론의 자유는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하지 말아야할 책임이 따른다. 모든 종교의 가치와 전통에 대해 보다 현명하고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 타문화와 종교를 이해하고 다양성을 인정해야한다. 다양성은 우리 인류의 큰 재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타문화와 종교에 지나치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 이번 만평사태의 가장 최선의 해결방법은 이 같은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다. 유엔이 모든 종교의 가치를 존중해야한다는 결의를 마련할 필요도 있다. 이집트는 항상 종교간 대화를 주창해 왔다. 문화ㆍ문명ㆍ종교간 상호이해와 대화가 앞으로 이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집트는 중동 및 국제정세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유엔에서도 큰 영향력이 있다. 한국의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이 유엔 차기 사무총장직에 도전하고 있다. 이집트와 아랍국가가 한국 외무장관을 지지할 것으로 생각하는가.

“초기 창설멤버 중 하나로서 이집트는 유엔과 산하단체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또 이집트 출신 부트로스 부트로스갈리 박사가 유엔사무총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 직책이 얼마나 큰 역할과 책임이 따르는 것인지를 잘 알고 있다. 이집트는 차기 사무총장이 아시아에서 나올 것으로 알고 있다. 아시아 출신이 아직 한 번도 사무총장을 맡은 적이 없었다. 또 반 장관을 비롯한 여러 아시아 출신 후보가 출사표를 던진 것으로 들었다. 이 사안에 대해 노 대통령과 논의할 예정이다.”

-대통령은 중동의 분쟁해결 및 평화구축에 지대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 때문에 각계에서 노벨 평화상을 받아야할 지도자로 언급되고 있는데…

“전쟁과 평화가 교차하는 중동 정세를 낱낱이 목격하고 그 속에서 한 행위자로 살아왔다. 전임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이 평화의 물꼬를 텄고 나도 중동평화를 위한 물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평화작업이 곤경에 처하고 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이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평화는 중동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숭고한 목표다. 상호이해ㆍ협력ㆍ발전ㆍ번영을 원하는 전세계 국가와 사람들을 위해 평화와 안정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런 숭고한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어떤 상을 바라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 진정한 상은 평화를 위한 노력이 결실을 보는 것이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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