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문화원 한때 점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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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24일 오후 5시쯤 연대·고대·이대·한양대·국민대 등 서울시내 5개 대학 학생 5명이 사제폭탄·과도 등을 들고 서울 을지로 1가 주한 미국문화원 2층 도서관에 들어가 소이제 2발을 터뜨리고「독재조종 내정간섭중단」「수입개방압력 중단」등의 구호를 외치며 농성을 벌이다 50여분만인 오후5시 55분쯤 진입한 경찰에 의해 모두 연행됐다.
자신들을「청년학생 구국결사대」라고 자처한 학생들은 농성을 하면서 창 밖으로「노태우 당선 지원하는 미국은 물러가라」고 쓴 프래카드를 내걸고『6월 대국민 항쟁으로 밝아오던 자주학·민주화의 서광은 사상 유례없는 관제 부정선거로 그 열매를 강탈당했다』는 내용의 「청년학생 구국 결사대 투쟁선언문」이란 유인물을 뿌렸다.
경찰은 학생들을 철야 조사한 결과 이들의 조직이 8명으로 지난달 10일, 지난 16, 19, 23일 네 차례에 걸쳐 24일 서울 미문화원·광주 미문화원·민정당 중앙당사를 동시에 점거하기로 모의한 사실을 밝혀내고 배후로 밝힌 김철군(24·연대 행정3 제적)과 백인성(동국대농대3)·안내성(연대 신학4)군 등 3명을 수배했다.
학생들은 이날 오후 4시10분쯤 한대생 강종철군(24·사회 4)을 선두로 열람객을 가장, 사제 폭탄과 칼을 가방에 숨긴 채 문화원 현관문을 통해 들어가 열람실에 앉아 있다가 폐관시간인 오후 5시 일제히 일어나 소이제와 태극기를 들고 열람실 직원 책상 앞으로가 소이제 1발을 터뜨리고『나가달라』고 요청했다.
학생들은 놀란 직원 8명과 열람객 20여명이 급히 자리를 피하자 문을 안으로 걸어 잠그고 을지로 쪽의 유리창 3장을 깬 뒤 플래카드를 내걸고 구호를 외쳤으며 오후 5시25분쯤 경찰이 접근하자 팽이모양의 소이제 2발을 을지로 쪽 행길로 던져 1개는 폭음을 내며 터졌고 다른 1개는 불발됐다.
경찰은 학생들이 해산종용을 듣지 않자 오후5시40분「존·리드」미 문화원장에게 경찰진입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 들어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오후 5시50분 전경 1개 소대 40명을 후문을 통해 투입, 최루탄을 쏘며 농성장으로 올라가 학생 5명을 모두 끌어냈다. 조사를 받고있는 학생은 다음과 같다.
▲한기원(25·연대 식품공학 4) ▲박시백(24·고대 경제 4) ▲강종철(24·한양대 사회 4) ▲이원표(20·국민대 법학 1) ▲한옥분(23·이대 과학교육 2 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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