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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일본 편의점에만 있고 한국에는 없는 3가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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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일본에서 길을 찾다』 초고령사회 일본이 사는 법

김웅철 / 페이퍼로드 / 1만6800원

[반려도서](9) #'시니어 시프트' 현상 가속화 #'젊은 노인'을 위한 새로운 고령 문화 인기 #'잘 죽을 권리' 중요..불필요한 연명치료 지양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길을 찾다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길을 찾다

일본 편의점에는 있고, 한국 편의점에는 없는 세 가지가 있다. 간병 상담사, 성인용 기저귀, 조제약이다. 초고령사회 일본의 편의점에서는 이런 시니어 시프트(Senior shift)가 속도를 내고 있다. 시니어 시프트란 소비 시장이나 기업 비즈니스 타깃이 기존 젊은 세대 위주에서 중장년층 고령자로 대거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책은 한발 앞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 일본의 다양한 시니어 비즈니스와 시니어 문화를 소개한다. 일본에서는 젊을 때 동경했던 외국생활에 도전하기 위해 해외유학을 떠나는 시니어들이 늘고 있다. 이탈리아어를 배우며 와이너리 견학을 하거나, 영국식 가드닝을 체험하며 영어 공부를 하는 식이다. 일반 어학 코스와 다른 점은 어학 공부보다는 엔터테인먼트에 비중을 둔다는 점이다. 이른바 '젊은 노인'을 위한 새로운 고령 문화라 할 수 있다.

또 다양한 여행 취향을 반영한 1인 한정투어(나 홀로 여행객을 모아 단체여행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는 것), 워킹투어(건강하게 걷는 요령을 알려주고, 걸어서 명승지들을 둘러보는 콘셉트) 등도 등장했다. 책은 궁극적으로 시니어의 지갑을 열게 하려면 상품이 아니라 '경험과 시간'을 팔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른바 '물건 소비형'에서 '시간 소비형'으로의 전환이다.

황혼이혼이 느는 만큼 황혼재혼 시장도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시니어 통근 부부(상대방 거처를 오가며 생활), 시니어 주말 부부(주말에만 함께 지내는 부부) 등의 방식도 인기라고 한다. 또 우리에게는 보안업체로 익숙한 세콤은 65세 이상 고령 고객을 대상으로 가사대행 업무를 한다. 전구를 교환해주거나 무거운 짐을 운반해주며 청소를 해주는 등의 일상적인 집안일을 돕는 것에서부터 휴대폰 사용법을 알려주거나 함께 외출해 쇼핑을 도와주기도 한다.

엔딩 비즈니스란 말도 등장한다. 엔딩은 말 그대로 사람이 죽는 순간을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상조 서비스가 고도화하고 확장된 개념이라 볼 수 있겠다. 반면, 저출산과 비혼화 등으로 장례는 물론이고 가족묘를 관리할 자녀나 후손을 기대하기 힘들어 자신의 사후 처리를 가족이 아닌 제3자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등장한 서비스도 있다. 이 시장 규모만 5조엔 이상으로 추산된다. 예컨대 우주장(유골 재를 소형 캡슐에 넣어 로켓이나 인공위성에 탑재), 에필로그 드레스(보석으로 수놓은 서양식 여성 수의), 하이테크 납골당(첨단 운반 기술로 납골함을 자동 이동시켜 참배할 수 있는 첨단 묘)이 등장했다. 이 밖에 펫신탁(자신의 사후에 새로운 주인이 반려동물을 보살피도록 하는 서비스), 고독사보험(주택 소유주들이 연고 없는 입주자가 사망했을 경우 발생하는 손실 비용을 보상하는 보험 상품) 등도 있다.

초고령사회를 위한 대안으로는 커뮤니티를 제안한다. 빈방을 동네 사랑방으로 쓰거나, 고령자 가정에서 홈스테이한다. 공동주택에 여러 가구가 모여 살면서 거주는 독립적으로 하되 일상생활의 일부분을 함께하는 새로운 주거 방식인 컬렉티브 하우스도 있다.

간병의 사회화에 따른 다양한 변화도 볼 수 있다. 가능하면 살던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고 싶은 고령자의 희망과 노노간병, 나 홀로 간병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등장했다. '지역 포괄 케어 시스템'은 자택에서 의료, 간병, 예방, 생활 지원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포괄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간병가라오케시스템(노래에 따라 율동 프로그램 설계), 트래블 헬퍼(간병이 필요한 고령자들과 장거리 여행을 함께하는 전문 인력), 화장요법(심리 카운슬링 기법과 화장을 조합한 요법) 등도 새로운 개념으로 소개된다.

한국도 올해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기존 예상보다 1년 앞당겨졌다. 오는 2026년이면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예정인데 더 당겨질지도 모르겠다. 책을 넘길 때마다 낯선 용어, 새로운 개념의 시니어 비즈니스가 대거 등장한다. 책이 소개하는 고령화에 따른 새로운 풍경이 한국에도 머지않은 일이다. 저출산·고령화라는 가지 않은 길을 가는데 좋은 참고서 같은 책이다.

『나는 죽을 권리가 있습니다』 존엄사와 안락사에 대한 이야기

나가오 가즈히로 지음· 김소연 옮김 / 심포지아 / 1만2000원

나는 죽을 권리가 있습니다

나는 죽을 권리가 있습니다

죽을 권리란 무엇인가? 일본존엄사협회는 자신의 '죽을 권리'를 주장한다. 안락사를 희망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불치 또는 말기 상태가 됐을 때 불필요한 연명 치료는 거부하겠다는 권리를 말한다. 책은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는 안락사와 존엄사의 개념을 명확하게 구분한다. 안락사는 가망이 없는 환자를 본인의 희망에 따라 고통이 적은 방법으로 인위적으로 죽게 하는 일이다. 반면 존엄사는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하지 않고 고통을 멈추는 치료를 하면서 평온한 죽음을 맞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연명 치료와 과잉 진료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책은 11년간 생사를 가르는 의료 현장에서 '사람이 죽을 때 왜 저렇게까지 괴로워해야 하나'라는 의문을 품은 전문의 나가오 가즈히로의 의문에서 시작했다. 그는 불필요한 연명 치료가 환자의 고통을 늘린다는 결론을 내린다.

책은 현장에서 환자들을 통해 수많은 임종 경험을 한 그가 젊은이들과 죽음을 주제로 나눈 이야기를 대화로 풀어냈다. 죽음에 관한 이야기, 연명 치료의 불편한 진실 등에 대한 속마음을 담았다.

우리나라에서도 내년이면 본격적인 존엄사법이 시행된다. 이른바 '웰다잉법'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노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죽음만큼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책을 통해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고, 몸의 소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는 기회가 될 수 있겠다.

서지명 기자 seo.jimyeong@joongang.co.kr

[제작 현예슬]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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