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옹알스의 웃음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62호 04면

editor’s letter

다른 사람에게 웃음을 주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요. 그것도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이 대상이라면.

그런데 논버벌 코미디 공연팀 ‘옹알스(Ongals)’가 해냈습니다. 대사 없이 저글링과 마임, 비트박스와 마술을 이용한 것이긴 하지만, 유머 코드가 다른 나라에서 큰 웃음을 이끌어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옹알스’는 2007년 KBS-2TV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로 시작됐습니다. 어린 아이의 옹알이를 차용한 말이 필요없는 슬랩스틱 코미디였죠. 당시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지만, 모든 나라 사람들에게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잠재력에 대한 한 줄기 희망은 멤버들로 하여금 배고픈 해외 거리 공연을 기꺼이 감내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후 영국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스위스 몽트뢰 코미디 페스티벌, 호주 멜번 코미디 페스티벌 등을 거쳐 지난 4일 세계 연극계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런던 웨스트엔드에 처음으로 본격 입성했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1일자에서 “3살 이상이라면 누구나 연말 가족과 함께 관람해야 할 최고의 공연으로 어린이에만 한정된 작품이 아니다”라고 호평했습니다. 이들을 유서 깊은 코미디 전용극장인 소호 씨어터에 5주간 진출시킨 문화기획사 카다(KADA)의 전혜정 대표가 “해외에 나와서도 공연이 없는 날이면 고아원과 양로원에서 무료 공연을 자청하며 내공을 다졌다”던 귀띔이 생각나네요. ‘1만 시간의 법칙’을 다시 한번 생각합니다.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