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름의 전화」>
21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고속버스 터미널에 경남 진주발 서울행 버스가 도착하자 2명의 환영객이 버스에 올랐다. 이제껏 한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눈이 마주치자마자『아, 오셨군요』하며 대번에 서로를 확인한 사람은「부름의 전화」봉사대원·김미숙(24)·박정하(19)씨와 뇌성마비 장애자 허진영씨(26).
『먼길 오시느라 애쓰셨네요. 저희가 어떻게 도와드리면 좋을까요?』
『저는 내일 오전10시까지 경기도 광명시에 있는 장애자 복지기관 명휘원에 가서 면접시험을 쳐야 합니다. 명휘원에서 제일 가까운 여관까지 데려다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허씨가「모험」이라도 하듯 큰 맘 먹고 난생처음 감행한 서울나들이는 당장 교통수단을 선택하는 어려움에 부닥쳤다.
경제형편상 그 먼 거리를 택시로 갈 수 없는 입장인지라 지하철을 두 차례나 갈아타고 구 로동까지 가서 다시 택시로 광명시에 도착한 것은 오후7시쯤.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박씨는 허씨를 업고 금씨는 휠체어를 들어 옮겨야했으니 두 사람의 헌신적인 도움이 없었더라면 허씨의 서울나들이는 어림도 없었을 일이었다. 허씨는『사회에서 버림받은 이 장애자에게 이처럼 친절하고 따뜻하게 도와주는 분들이 계시리라곤 상상도 못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허씨를 도운 두 사람은 다음날 아침 명휘원에서 허씨와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김씨와 박씨는 공공시설이나 건물마다 경사로나 엘리베이터 중 어느 한가지라도 반드시 설치하고 횡단보도의 턱을 낮추는 등으로 노약자나 장애자들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자유로이 외출할 수 있게되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아쉬워했다.
늙고 병들거나 불구의 몸 때문에 생활이 불편한 사람들이 전화만 걸면 즉시 봉사대원을 파견해 그들의 손발이 돼주는「부름의 전화」. (392-1279)가 개통된 것은 지난87년 10월.
80여명의 남녀 대학생과 직장인들이 각자 틈나는 요일과 시간을 정해놓고 대기하다가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에게 달려간다. 돕는 내용은 길 안내에서 대필, 민원서류교부, 진료 및 쇼핑동행, 책 읽어주기, 빨래 및 목욕시켜주기 등 각양각색으로 지난번 대통령 선거 때는 장애자들의 투표를 돕기도 했다.
장애자·노인·환자 등 누구나「부름의 전화」에 도움을 청할 수 있지만 그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든지 파출부·간병인 등을 고용할 수 있을 만큼 경제적 여유가 있는 경우는 돕지 않는 것이 원칙. 자립을 방해하는 도움은 절대 금물이기 때문이다.
「부름의 전화」에 대한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자 지방에서도 도움을 청하는 등 파 송요청 전화가 쇄도하고 있어「부름의 전화」봉사대원들은 점점 더 바빠지고 있다. 한편 『뜻 있는 사람들이 전화 한 대를 중심으로 모이기만 하면 얼마든지 소외된 사람들의 이웃이 되는 보람을 찾을 수 있는 만큼 전국 곳곳에 이런 모임이 생겼으면 좋겠다』는「부름의 전화」김정희 봉사대장은『이달 말께 광주에도「부름의 전화」가 생기게 됐다』고 기뻐했다. <김경희 기자>김경희>
이웃과 함께 하는 삶(5)|불우 장애자 손발 되어… &목욕-간병-책읽기 등 무엇이든 도와|대학생·직장인 80여명 자원봉사
중앙일보 지면보기 서비스는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최근 1개월 내
지면만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지면만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 지면보기 서비스는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앱에서만 제공되는 편의 기능
- · 로그인하면 AD Free! 뉴스를 광고없이 더 깔끔하게
- · 속보는 물론 구독한 최신 콘텐트까지! 알림을 더 빠르게
- · 나에게 딱 맞는 앱 경험! 맞춤 환경으로 더 편리하게
개성과 품격 모두 잡은 2024년 하이패션 트렌드
Posted by 더 하이엔드
집앞까지 찾아오는 특별한 공병 수거 방법
Posted by 아모레퍼시픽
“차례상에 햄버거 올려도 됩니다”
ILab Original
로맨틱한 연말을 위한 최고의 선물
Posted by 더 하이엔드
데이터로 만들어낼 수 있는 혁신들
Posted by 더존비즈온
희귀질환 아이들에게 꿈이 생겼습니다
ILab Original
ADVERTISEMENT
ADVERTISEMENT
메모
0/500
메모를 삭제 하시겠습니까?
중앙일보 회원만열람 가능한 기사입니다.
중앙일보 회원이 되어주세요!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편의 기능이 궁금하신가요?
중앙일보 회원이 되시면 다양한 편의 기능과 함께 중앙일보만의 콘텐트를 즐길수 있어요!
- 취향저격한 구독 상품을 한눈에 모아보고 알림받는 내구독
- 북마크한 콘텐트와 내활동을 아카이빙하는 보관함
- 기억하고 싶은 문구를 스크랩하고 기록하는 하이라이트/메모
- 중앙일보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스페셜 콘텐트
알림 레터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 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중앙일보는 뉴스레터, 기타 구독 서비스 제공 목적으로 개인 정보를 수집·이용 합니다. ‘구독 서비스’ 신청자는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 이용에 대해 거부할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단, 동의를 거부 하였을 경우 이메일을 수신할 수 없습니다. 구독 신청을 통해 발송된 메일의 수신 거부 기능을 통해 개인정보 수집 · 이용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