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축·아프간사태 해결 청신호|평화적 공존 위한 이정표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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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소 관계가 급속도로 호전되고 있다. 5∼6월로 예정된 미소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슐츠」미 국무장관의 방소가 예상 밖의 큰 성과를 거둠으로써 동서간의 해빙분위기가 정착돼 가는 느낌이다. 페르시아만 위기,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비롯, 거의 모든 긴장요인이 미소관계와 깊은 연관을 갖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들 문제의 해결도 멀지 않게 된 것 같다.
한국의 입장에서도 미소관계의 호전에 따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동구 공산국가와의 접촉이 활발히 이뤄지는 계기가 됐다는데서 중요한 관심사로 되고있다.
미소 외상은 이틀간의 회담에서 전략 핵무기 감축, 분쟁지역 및 인권문제 등 양국간의 현안문제에 관해 광범위한 합의에 도달, 양국간의 평화적 공존을 위한 또 하나의 이정표를 마련했다.
이번 양국외상회담의 성과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전략핵무기를 대폭적으로 감축시킬 새로운 협정의 핵심초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미소양국은 진전이 없는 제네바 전략핵무기 감축회담(START)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3월로 예정된 양국 외상회담 때까지 ▲협정준수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절차 ▲장거리 핵무기를 적재한 전폭기·미사일·잠수함 등의 제거 또는 전환방법 ▲협정준수를 확인할 감시자를 위한 정보교환 등에 관한 초안을 마련하도록 자국 협상대표들에게 지시하기로 합의했다.
두 나라 관계가 호전되면서도 지금까지 장거리 핵무기부문에서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감안할 때 괄목할 만한 진전이며 인류를 핵전쟁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게 할 수 있는 전략핵무기 감축협정의 체결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분쟁지역문제에 있어서는 아프가니스탄·니카라과 및 중동사태에 관해 양국외상은「솔직한」의견을 나누었으며 특히 아프가니스탄 문제에 관해「슐츠」는「고르바초프」로부터 오는 3월 중순까지 제네바 회담에서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간에 합의가 이루어질 경우 예정대로 소련군이 철수할 것이라는 다짐을 받음으로써 9년째로 접어들면서 그 동안 미소 양국에 큰 부담을 주어 왔던 지역분쟁의 하나가 조만간 해결될 것이 확실시 되고있다.
소련은 최근 대 서방관계에서 급격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미소 외상회담을 통해 이제까지의 강경 입장을 누그러뜨린 외에「고르바초프」는 소련 최고지도자로서는 이례적으로 특별성명을 통해 아프가니스탄 철군일정을 밝혔고「야조프」국방상은 22일 동독 및 체코슬로바키아에 배치된 SS-12의 조기철수를 발표했다.「와인버거」전 미 국방장관이나「대처」영국수상은『소련은 근본적으로 바뀐 게 없다』면서 소련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도록 경고하고 있으나 동서간의 해빙무드는 앞으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봉 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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