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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신문 뉴스 헐값 사용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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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포털과의 관계 다시 짜자"=포털에 대한 공격의 선봉엔 세계신문협회(WAN)가 서 있다. WAN은 100여 개국 1만8000여 언론사를 회원사로 보유한 세계 최대의 언론기구. 개빈 오라일리(사진) 세계신문협회장은 지난해부터 "검색 사이트인 구글 등이 신문 뉴스를 맘대로 이용해 부당 이득을 챙기고 있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여 왔다. 1월 24일 세계 신문.출판계 '큰손'들과 만난 자리에선 "포털과의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겠다"고 공언했다. 세계신문협회, 국제발행인협회(IPA), 정기간행물국제연맹(FIPP), 유럽신문발행인협회(ENPA), 유럽잡지발행인협회(EMPA) 등의 대표자들이 모인 자리였다.

특히 이날 모임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참석자들이 세계신문협회 산하에 포털 대응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기로 합의한 것이다. 현재 TF팀 구성을 둘러싼 논의가 한창이다. TF팀은 앞으로 포털에 어느 선까지 뉴스 공급을 할지, 콘텐트 판매 비용은 어떻게 조정할지, 저작권 논란은 어떤 식으로 해결할지 등 실질적인 문제를 논의한다. 따라서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신문.포털 간 분쟁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문의 검색 기능 빼앗겨"=뉴스 시장에서 포털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반면 신문 독자나 신문사 웹사이트 방문자 수는 줄어든다. 두 경향 사이엔 상관관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물론 일부 포털은 신문.통신사에 콘텐트 사용 비용을 지불한다. 그러나 그 사용료는 '헐값'에 불과하다. 일부 포털은 아예 무단으로 뉴스 콘텐트를 갖다 쓴다. 구글 뉴스 서비스의 경우 뉴스 원문이 있는 신문이나 잡지의 인터넷 사이트와 연결(링크)시켜 준다. 대신 헤드라인과 기사 한 단락 정도를 자체 웹 사이트에 내보낸다.

그러나 신문업계는 이 정도 정보라면 기사 내용을 이해하는 데 충분하다고 지적한다. 오라일리 세계신문협회장은 "이는 신문사의 온.오프라인 검색 기능과 광고 수입을 빼앗아 가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저작권 침해에 적극 대응"=실제 신문.출판업계와 포털의 분쟁은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프랑스 지역신문협회(SPQR)는 최근 공동으로 뉴스 사이트를 만들었다. 포털 사이트에 대응하기 위한 공격적 전략이다. 이후 협회는 구글 및 야후와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었다. 포털이 신문의 사진과 기사 일부를 더 이상 게재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과 영국, 독일에선 출판업계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구글은 도서관의 서적들을 스캔해 전자도서관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출판협회는 지난해 "출판업계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영국.독일의 출판업자들은 "전자도서관은 좋지만, 저작권은 출판업계가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뉴스 통신사 AFP와 구글의 법적 분쟁은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사안이다. AFP는 지난해 구글 뉴스가 자신들의 헤드라인(제목)을 무단 전재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구글은 공익을 위한 목적이므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 판결은 기사 제목과 리드(기사 앞부분)의 저작권과 관련된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포털(portal)이란=사용자들을 인터넷 세상으로 연결해 주는 관문. 무수한 인터넷 사이트를 분야별로 영역을 구분해 서비스하거나 원하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관련 사이트를 찾아준다.

김택환 미디어 전문기자, 이상복 기자

한국의 포털은

매일 30여개 언론사서 뉴스 1만건 받아

“지나치게 비대화 … 권익 보호는 미흡”

다음·네이버·야후·엠파스…. 그간 한국의 포털사이트들은 '뉴스 킬러'라 불릴 정도로 성장했다. 그 영향력은 전통적인 언론들을 위협할 정도가 됐다. 특히 젊은 층은 전통 매체 대신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비율을 늘리고 있다.

2003년 다음을 시작으로 포털사이트들은 본격적으로 신문과 잡지, 통신과 방송사들로부터 뉴스를 '헐값'에 사들여 몸집을 키웠다. 이들은 매일 30~40개의 언론사로부터 4000~1만 건 이상의 뉴스를 제공받아 편집한다. 미디어 다음의 경우 별도 취재인력도 두고 있다.

포털의 위력은 '백화점'이란 특징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다양한 뉴스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기 때문에 굳이 여러 언론사 사이트를 돌아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한 리서치 기관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2년간 포털사이트로 인해 신문 구독을 중단한 비율이 절독 사유의 15%를 넘었다.

그러나 포털의 힘이 커진 데 비례해 논란도 커지고 있다. '연예인 X파일'의 사례에서 보듯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뉴스가 확대재생산되는 부정적 측면이 있다. 보도로 인한 권익 보호도 미흡한 상황이다. 단순한 관문 역할로 출발한 포털이 지나치게 비대해져 미디어 지형이 왜곡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디어 비평가 변희재씨는 "내년 대선에선 포털사이트의 위력을 실감하게 될 것"이라며 "어느 후보가 포털 쪽의 지원을 받는지가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포털은 본연의 기능을 되찾아야 하며, 뉴스 사업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신문협회도 포털 사이트와의 저작권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하고 있다. 장대환 한국신문협회장은 "협회 차원의 포털사이트 개설 등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종이 신문과 신문사 웹사이트가 죽어가고 있는 현실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협회는 조만간 이 문제를 연구할 태스크포스팀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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