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없는 빚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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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 장위동 65 장일상호신용금고 영업장은 13일 이후『내 돈 돌려달라』는 피해고객들로 연일 아수라장이다. 변칙거래로 긁어모은 고객 예탁금을 부동산 투기 등에 빼돌린 대표 김봉엽씨(43)등 간부들이 쇠고랑을 차고 난 뒤 껍데기만 남은 회사 빚잔치 마당에 쌓이는 사연들.
야채행상 18년간 모은 2천여만원, 입원한 남편의 수술비용 5백50만원, 정년퇴직금에 대학동창회 기금을 합친 5천6백만원.
「국내 금융기관 중 최고의 이자율」이라는 미끼에 꾀어든 9천여 서민들의「땀과 눈물」이 거래원장에도 오르지 않는 변칙처리로 오간 데 없이 증발해버렸다.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해 죽은 뒤 집을 팔았어요. 자식 모습이 눈에 어른 거러 이사갈 작정이었어요. 그런데….』
집 판 돈 중 5천3백만원을 신용금고에 맡겼다가 일을 당한 김모부인(45·서울 석관동)의 경우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정상거래」가 인정돼 2천만원은 되찾았기 때문.
정규양식과는 별도의 예탁금 증서를 주고받은 비정상거래는 되찾을 가망이 막연하다. 김씨는 이 같은 변칙거래로 당초 알려졌던 27억원보다 5배나 많은 1백38억원을 빼돌려 부동산투기 등에 써 버렸다. 그러면서 대한 볼링협회 회장에 월1천여만원의 판공비를 물 쓰듯 해온 지역유지.
『서민생활 보호도 못하면서 무슨 민주화냐』고 자기 옷을 찢으며 울부짖는 아주머니의 모습을 보면서「또 그런 수법에 또 그런 피해」우리 경제풍토가 언제쯤이나 제자리를 찾을지 답답했다. <노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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