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옹 “방귀 뀌면 칭찬 받아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0면

"뽀~옹."

"음, 자네 열심히 일하고 있구먼."

근무시간 중 방귀를 뀌어도 핀잔을 듣지 않는 곳이 있다. 핀잔은커녕 "수고 많다"고 칭찬을 듣기도 한다. 최근 '찰보리밥 햇반'을 내놓은 CJ 상품개발실의 풍경이다. 개발을 주도한 이창용(37.사진) 연구원은 제품 개발이 집중적으로 진행된 다섯달 동안 연구실 안에 퀴퀴한 냄새가 떠날 날이 없었다고 했다. 보리밥 시제품 냄새에다 곳곳에서 느닷없이 터지는 연구원들의 방귀 냄새까지 합쳐졌기 때문이다.

"거의 매일 하루 세 끼를 보리밥만 먹었더니 생리적 현상을 정말 참기 힘들더라고요. 그렇다고 번번히 복도로 나갈수도 없고." 보리엔 쌀의 열 배 넘는 식이섬유가 함유돼 장내 활동을 촉진하고 그만큼 소화도 잘되는 걸로 돼 있다.

이 회사가 보리밥에 그토록 공을 들인 것은 제품화가 힘든 품목이었기 때문이다. 쌀 햇반의 히트 이후 오곡밥.흑미밥.발아현미밥 햇반까지 줄줄이 나왔지만 유독 보리밥은 난공불락이었다. 상온에서 반년 동안 보관할 수 있도록 무균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보리 알곡에 패인 골 때문에 미생물이 끼지 않도록 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소비자 시식 테스트에서 5점 만점에 4점 이상을 받도록 하기까지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가마솥.전기밥솥.압력솥 등으로 수천 번 보리밥을 지어봤다. 점심 때도 연구팀들을 소문난 보리밥 음식점을 수시로 찾아 밥맛의 비결을 캤다. 시제품이 나왔을 때는 회사에 출근해 1인분짜리(210g) 햇반을 하루 평균 10개 이상 시식해야 했다. 나중엔 밥이 지긋지긋해 점심 때 구내 식당에서 반찬만 집어 먹기도 했다.

이씨가 드디어'밥맛의 대가(大家)'라는 소문이 날 정도에 이르자 식당 개업하려는 주변 친지들로부터"동업하자"는 제의도 많이 들어왔다고 한다. 하지만 내친 김에 햇반으로 끝장을 보겠다는 포부다.

"햇반은 단지 만들기 편한 밥이 아니라 맛있는 밥으로 변하고 있어요.이미 업계에서는 밥맛 경쟁이 치열합니다."

김필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