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삼성화재배세계바둑오픈] 이창호는 55를 왜 두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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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결승 2국 하이라이트>
○ . 뤄시허 9단(중국) ● . 이창호 9단(한국)

바둑은 집중력의 게임이다. 그러나 집중력이란 무엇인가. 열정, 재미, 호기심, 간절한 소망 등이 배제된 집중력은 상상하기 힘들다. 그 점에서 10여 년간 숱한 우승을 경험해 본 이창호 9단과 생애 처음으로 세계무대 결승전에 올라온 뤄시허(羅洗河) 9단의 집중력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장면 1(55~62)=이창호 9단의 흑 55가 우상 변화를 마무리하는 수가 되었다. 그러나 55는 손 빼도 된다. 55로 우하 흑진 어딘가를 두었다면 흑의 우세는 결정적이었을 것이다. 뤄시허 9단은 재빨리 56으로 손을 돌려 파괴공작에 나섰고 62까지 터를 잡는 데 성공했다. 검토실에선 조훈현 9단을 위시한 프로들의 반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55는 왜 두었을까." 정말 왜 두었을까. 이창호는 그냥 웃었다. 순간적으로 집중력이 흐트러진 것이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일까.

장면 2(63~70)=67은 좋은 수다. '참고도 1'이나 '참고도 2' 어느 쪽도 백이 싱겁다. 그런데 뤄시허가 좋은 수를 두었다. 바로 68이다. 우하귀는 백이 두기도 껄끄럽지만 흑이 먼저 두어도 단번에 제압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손 빼고 중앙으로 전진했는데 이 발상이 참신했다. 69의 곳은 막힐 수 없으므로 밀어야 한다. 이때 70으로 눌러버린 수가 또 한번 강렬한 기운을 내뿜는다. 우상에서 움츠러들었던 뤄시허가 한바탕 패전을 겪으면서 몸이 풀렸나 보다. 백의 노림은 좌변에 있다. 흑을 영양가 없는 우하로 유인하여 그 틈에 좌변 백진을 키우려는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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