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유전개발 펀드' 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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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엄청난 돈이라고요? 실제 해외 유전을 놓고 오가는 돈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에요. 요즘 유가가 하도 올라 유전 값도 많이 뛰었어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원유 매장량 1배럴(159ℓ)에 5달러쯤 하던 것이 요즘엔 10~11달러가 됐어요. 우리나라가 1년 쓰고 좀 남는 정도인, 매장량 10억 배럴 규모의 유전을 사는 데 100억 달러(10조원)가 필요하다는 얘기지요.

우리나라는 2013년까지 해외에서 유전과 가스전을 사서, 우리가 매년 쓰는 원유와 가스의 20% 정도를 직접 생산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어요. 여기에 16조원쯤 들여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계산이에요. 정부가 투자할 돈과 SK㈜나 GS칼텍스 같은 큰 정유회사들이 쓸 돈이 다 포함돼 있어요. 하지만 2조원 정도가 부족하다고 해요. 이 2조원을 채우는 방법으로 찾아낸 것이 바로 '유전개발 펀드'예요. 일반인들이 투자한 돈으로 유전을 산 뒤, 기름을 팔아 남는 수익을 나눠주는 거지요. 물론 원금에 수익을 붙여 주겠지요. 이 펀드가 잘 되면 계속해서 후속 펀드를 내놓을 거랍니다. 유전개발 펀드에 들려면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처럼 증권사에 가면 됩니다.

과연 여기에 정부가 원하는 만큼 돈이 모일까요. 사실 만만찮아요. 유전 개발은 먼저 원유가 묻혀 있는지 탐사를 하고, 원유를 뽑아올리는 시설을 만드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려 투자한 뒤 이익금을 받으려면 짧아도 5년, 길면 10년 넘게 걸려요.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이렇게 길게 보고 투자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 정부는 당근을 내걸었어요. '여기서 돌려받는 수익에는 세금을 안 매기겠다''혹시 유전 개발에 실패해도 원금의 일정 부분을 돌려받는 것은 정부가 보장해 주겠다'고 했답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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