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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시름 약이 없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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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 3년 간 제약업계에 감원 태풍이 불어 7만 명이 직장서 쫓겨났다.

지난 10년 동안 해고된 숫자보다도 많다. 또 2000년 이후 화이자, 머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 등 대형 제약회사의 시장 가치 3940억 달러가 허공으로 사라졌다.

포브스는 최신호에서 '병든' 대형 제약회사들의 실태를 진단했다. '히트 약'의 특허권은 만료되고, 이걸 대체할 새로운 '스타 약'은 나오지 않아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조코르(콜레스테롤 강하제).졸로프트(항우울제).앰비엔(수면제) 등, 내년엔 노바스크(고혈압치료제).지르텍(알레르기 치료제) 등의 특허권이 만료된다. 2011년엔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리피토(콜레스테롤 강하제)도 아무나 만들 수 있게 된다. 2003년 머크의 보험부문을 분사해 만든 메드코 헬스 솔루션(MHS)은 특허권이 만료되면 오리지널 약의 87%가 카피로 교체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56%에 불과한 카피 약 시장이 향후 75%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반면 신약 개발은 게걸음이다. 1996년엔 53개의 신약이 출시됐으나 지난해엔 20개에 그쳤다. 그나마 나온 것도 실적이 좋지 않다. 일라이릴리서 2003년 출시한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 스트라테라는 벌써 판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 약은 개발에만 500억 달러가 들었다. 이렇게 되자 대형 제약사들은 크게 히트하는 약에서 암.희귀병 등을 치료하는 '오래 쓰는' 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이 시장도 '블루오션'은 아니다. 암젠.제넨텍 등 특정 분야에 기술력을 갖춘 바이오테크 기업이 선점하고 있기 때문. 이를 근거로 '이미 시장 균형이 이동하고 있다'며 대형 제약사의 후퇴를 예고하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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