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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린 6자 회담] 美 긍정론 "북핵 국제 문제화에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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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중국 베이징 6자회담에 대한 북한의 부정적 태도와 달리 미국의 정부.언론.전문가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미국은 내용에서는 별 진전이 없었지만 회담 형식과 분위기에서 미국 측에 유리하고 핵문제 해결에 긍정적인 요소들을 발견했다는 입장이다.

특히 6자회담이라는 국제회의에서 북한의 '핵 위협 의지'가 확인돼 북핵 문제를 북.미 양자 현안이 아니라 국제 문제로 떠올리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이 많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달 30일자 사설에서 "이번 회담을 통해 주요 현안의 실질적인 면에 관한 성과는 거두지 못했지만 추후 외교의 바탕을 준비했고 필요한 경우 북한의 핵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국제적 행동 태세도 갖추게 됐다"며 "한반도 주변 국가들이 회담에 참석해야 한다는 미국의 주장은 보람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구체적으로 "한.중.러.일 등이 모두 북한의 호전적인 언사를 직접 청취했고 자신들이 북한의 행동에 심각한 우려를 지니고 있으며 단지 미국에 부화뇌동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북한에 직접 전달했다"는 점을 성과로 들었다.

6자회담 중 북한 측의 핵보유 선언 및 핵실험 위협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보수 성향의 FOX뉴스와 워싱턴 타임스는 '북의 협박에 굴하지 않은 미국' '북한의 주장을 단호히 거절했다'는 제목 아래 "이번 회담에서 북한은 주변국들에 그들의 호전성을 그대로 드러냈고, 앞으로 더욱 고립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CNN은 "워싱턴 정가는 이번 회담 결과에 기뻐하고 있다"고 전했다.

표현은 다르지만 정부의 평가도 비슷하다. 미 국무부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에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기쁘게 생각한다"면서도 "북한의 위협은 스스로를 고립시킬 뿐" "북한이 핵보유를 분명히 인정했다"는 부분을 강조했다.

국무부 관계자는 뉴욕 타임스에 "북한의 핵보유가 기정사실화되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 때문에 주변국들이 북한의 위협을 실질적으로 느끼게 됐고 따라서 잃은 것 보다 얻은 것도 많고, 미국이 앞으로 동맹국들과 함께 북핵 문제 해법을 찾는 게 더욱 편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 정부가 이처럼 '제한적 긍정'의 입장을 취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원칙적이고 강경한 입장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6자회담이라는 대화의 틀을 유지하는 것이 전략에 이롭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양보한다는 이미지를 주지 않으면서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앞두고 '외교적 위기상황'을 만들지 않으려는 계산과 강경정책의 완성판이었던 이라크 공격의 전후 처리가 매우 부담스럽게 악화되고 있다는 현실을 의식하는 것이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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