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무음’ 영상인데…왜 “쿵” 소리가 들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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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리사 드 브륀 심리학과 교수 트위터]

[사진 리사 드 브륀 심리학과 교수 트위터]

스코틀랜드 대학의 심리학 교수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던진 질문이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각)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우 대학 리사드브륀 심리학과 교수는 움직이는 짧은 동영상(움짤)을 올린 후 “이 사진을 본 후 무엇을 경험했나요?”라고 물었다.

31만명 이상이 투표에 참여한 결과, 67%의 네티즌이 ‘천둥소리를 들었다’고 답했다. 20%만이 ‘아무것도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움짤에는 아무런 소리가 들어있지 않다. 그런데도 소리를 들었다는 네티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3배가량 많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크리스 패스니지 런던시립대 심리학 교수는 BBC에 “시각적 귀”라고 부르는 이론을 제안했다.

패스니지 교수는 “이 무음 움짤을 보면서 시끄럽다고 생각하는 것은 ‘시각적 청각 반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어떤 사람들은 소리를 내지 않는 움직이는 물체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일종의 공감각”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사람들이 걷는 발걸음, 말을 하는 동안의 입술 움직임, 놀이터에서 튀는 공 등 끊임없이 소리가 나는 움직임에 둘러싸여 있다. 실제로 소리를 듣지 않아도 이 모습을 보면서 ‘마음속에 존재’하는 소리를 ‘듣는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는 “소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무음 움짤을 보기 전까지 이러한 능력을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다”며 “뇌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느냐에 따라 개인차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동선 뇌과학 박사도 이와 같은 ‘공감각’에 대해 말한 바 있다.

[사진 tvN '알쓸신잡 2' 방송 캡처]

[사진 tvN '알쓸신잡 2' 방송 캡처]

지난달 17일 방송된 tvN ‘알쓸신잡 2’에서 장 박사는 “모든 신경에서 오는 신호는 같은 형태를 갖고 있다. 오는 방향과 들어가는 곳이 다를 뿐”이라며 “만약 우리가 보고 있는 모든 것들을 시각 중추로 전달하지 않고 청각 중추로 전달하면 본 것을 듣게 된다”고 말했다. 반대로 듣는 모든 것을 시각 중추로 전달한다면 들은 것을 볼 수 있다.

장 박사에 따르면 하나의 자극이 다른 영역에서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현상을 ‘공감각’이라고 하는데 일부 사람의 경우 신호가 들어가면서 약간의 겹침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패스니지 교수가 말한 ‘뇌의 연결’이 ‘겹침’인 것이다.

그러나 장 박사는 “공감각 시도를 일부 사람들이 하긴 했지만, 완전히 보이는 것을 들리게 하고, 들리는 것을 보이게 하는 단계까지는 가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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