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스트에 접대받으면 대접받은 내용 공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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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일 항공산업 로비스트와 A호텔 레스토랑에서 만나 40달러짜리 스테이크를 먹음. 한 병에 10달러짜리 켄달 잭슨 포도주를 곁들임."

미국 상원의원들은 앞으로 로비스트의 접대를 받으면 이렇게 유권자들에게 내용을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

미 상원 의사운영위원회는 지난달 28일 트렌트 롯(공화.미시시피) 의원이 제출한 '로비 개혁(Lobby Reform)'법안을 17대 0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법안은 의원이 로비스트로부터 식사대접을 받은 지 15일 이내에 자신의 인터넷 웹사이트에 내용을 공개토록 했다.

또 자신의 업무와 이해관계가 있는 집단(로비스트)의 후원을 받아 하는 여행은 상원 윤리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규정했다. 이 경우 의원은 여행 중 참석한 행사와 동행한 로비스트 명단도 사후에 보고해야 한다. 여행 성격이 공적인 것이라도 사적으로 제공된 비행기를 탈 경우엔 동승자 전원의 명단을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크리스토퍼 도드(민주.코네티컷) 의원은 상원의원이 로비스트로부터 식사대접을 받는 것을 일절 금지하고, 경비를 사적으로 지원받은 여행을 제한하는 초강경 법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부결됐다.

또 의원을 그만둔 뒤 곧장 로비스트로 변신해 동료의원들에 로비를 펼치는 폐단['회전문(Revolving Door)'으로 불림]을 막기 위해 의원직 사임 뒤 로비스트 전환 금지 기간을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늘리자는 제안도 부결됐다. 이 밖에 신고 대상 선물을 50달러짜리 이상에서 20달러짜리 이상으로 강화하자는 제안도 부결됐다.

이번 로비 개혁 법안의 통과는 지난해 12월 상.하원 의원들에게 호화판 접대를 벌이다 기소된 로비스트 아브라모프의 스캔들이 계기가 됐다.

하지만 미 의회와 로비스트 간 유착은 워낙 뿌리가 깊어 실효성은 의문이란 지적도 있다. 법안을 주도한 롯 의원도 아들 쳇 롯이 로비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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