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으로 인한 뇌경색에선 '이것' 증가…진단·치료 활용 기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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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국내 암 경험자(암 진단 후 치료 중이거나 암을 이겨내고 생존한 사람)는 146만 5000여명(2015년 기준)으로 인구 100명 중 3명꼴이다. 암 환자 10명 중 7명은 사실상 '완치' 판정을 받는다. 암을 조기 진단하는 경우가 늘고, 의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암=난치병'이란 공식이 서서히 깨지고 있다.

이제 의학계는 암과 더불어 암으로 인해 나타나는 질환을 예방·치료하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 암 환자가 암 이외의 병으로 병원을 찾거나 이로 인해 사망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환자 데이터베이스가 잘 갖춰진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관련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는 나라로 꼽힌다. 특히 신경과 영역인 뇌경색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연구 성과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고대구로병원 신경과 김치경 교수팀(남기웅 공중보건의)은 올해 서울대병원 등과 공동연구를 통해 암으로 인한 뇌경색의 진단·치료 등의 내용이 담긴 논문 4편을 국제 학술지(유럽 신경과학회지·플로스원·바이오메드 리서치 인터내셔널·뇌졸중 및 뇌혈관질환 학술지)에 잇따라 발표했다고 4일 밝혔다.

고대구로병원 신경과 김치경 교수(왼쪽)과 남기웅 공중보건의 [사진 고대구로병원]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암 환자에게 뇌경색이 생길 때 이것이 암으로 인한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혈액 내 성분을 확인했고, 이런 변화가 환자 예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암 환자 2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암이 원인이 돼 뇌경색이 생길 땐 혈액 내 이형접합체(D-dimer)가 증가한 경우가 많았다.

이형접합체는 혈액이 응고할 때 만들어진다. 오랫동안 한 자세로 앉아 있을 때나 피떡(혈전)이 있는 경우 는다. 이것이 암으로 인한 뇌경색에서는 유난히 높다는 것이다.

종전에 삼성서울병원 방오영 교수가 이 같은 사실을 발견해 세계 최초로 학계에 보고했다. 연구팀은 이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와 동시에 혈액에 이형접합체가 많을수록 뇌경색 재발률과 사망률이 높다는 점을 밝혀냈다.

둘째 암으로 인한 뇌경색의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형접합체가 증가한 뇌경색 환자에게 최근 개발된 경구 항혈전제의 치료 효과가 통상적인 주사제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맥 내 혈전용해술 치료의 경우 암으로 인해 발생한 뇌경색에서는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는 사실도 아울러 보고했다.

암으로 인해 뇌경색이 발생할 때는 혈액 내 이형접합체가 증가한다.  [사진 픽사베이]

김치경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암 환자의 뇌경색 발병을 효과적으로 예측·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라며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뇌경색을 동반한 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