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무차장 방북, ICBM 중재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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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제프리 펠트먼 유엔 정무담당 사무차장(가운데)이 5일 평양 국제공항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나흘간 일정으로 방북한 펠트먼은 이용호 외무상 등을 만나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논의할 전망이다. [AP=연합뉴스]

제프리 펠트먼 유엔 정무담당 사무차장(가운데)이 5일 평양 국제공항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나흘간 일정으로 방북한 펠트먼은 이용호 외무상 등을 만나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논의할 전망이다. [AP=연합뉴스]

제프리 펠트먼(58) 유엔 정무담당 사무차장이 5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북한을 방문한다. 유엔 사무차장급 고위 인사의 방북은 7년 만으로, 그만큼 그의 방북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북·미 관계에 전환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용호 외무상이 초청, 나흘간 방문 #김정은이 핵협상 창구 삼을지 관심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4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펠트먼 사무차장이 북한을 방문해 상호 이해와 관심사를 논의할 것”이라며 “이용호 외무상과 박명국 외무성 부상 등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만날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두자릭 대변인은 이용호 외무상이 지난 9월 유엔총회 기간에 펠트먼 사무차장을 북한으로 초청했고, 지난달 30일 방북이 최종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유엔 안팎에선 펠트먼의 방북 시기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9월 6차 핵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달 29일엔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북한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유엔 소식통은 “북한이 자신의 스케줄대로 핵무기와 ICBM을 완성했다고 선언한 이후 펠트먼 사무차장이 방북하는 것을 주의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비대칭전력을 통해 미국이 무시하지 못할 전력을 갖췄다고 판단할 수 있는 만큼 북한이 유엔을 통해 핵협상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평소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유엔의 ‘중재자 역할’을 강조해 온 인물이다. 이에 따라 펠트먼의 이번 방북이 상황에 따라선 향후 구테흐스 총장의 북한 방문의 징검다리가 될 수도 있다. 두자릭 대변인도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필요하면 언제든 (북한 문제에서) 중재 역할을 맡을 준비를 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조태열 유엔주재 한국대표부 대사는 “엄중한 시기에 북한과 채널 하나를 열어놓는다는 의미에서 매우 중요한 방북”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중국을 거쳐 평양으로 들어가는 펠트먼 사무차장은 베이징에서 리바오둥(李保東) 외교부 부부장 등과 회동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유엔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환영한다. 펠트먼 사무차장은 중국 고위 인사들과도 만나 유엔 활동 등 공동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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