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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이볜 '대만 통일강령 중지' 역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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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천수이볜 대만 총통이 28일 국가통일위원회의 기능 정지와 통일 강령의 적용 중지를 담은 문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타이베이 로이터=연합뉴스]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이 대만 국론 분열과 양안 갈등에 또다시 불을 댕겼다.

천 총통은 지난달 27일 대만의 최고 통일정책 기구인 국가통일위원회(국통위)의 기능을 정지하고 국시인 통일 강령의 적용을 중지한다고 선언한 뒤 국내외에서 역풍을 만나고 있다.

미국은 백악관과 국무부 대변인 논평에서 "천 총통의 이번 조치가 국통위와 통일강령을 '폐지'하려는 것이 아닌 만큼 양안 관계의 현상을 변경한 것은 아니다"며 천 총통을 감쌌다. 그러면서 "중국이든 대만이든 일방적인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만 야당들은 천 총통이 국익에 어긋나는 행위를 했다며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중국 정부도 "이번 조치가 양안에 재난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경고했다.

대만 제1야당인 국민당의 정리원(鄭麗文) 대변인은 "국통위와 통일 강령에 대한 '중지'조치는 (국시인 통일에 대한) '폐지'와 같은 것으로 양안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며 "총통이 (양안) 대립을 부추기고 불안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차기 총통 후보로 거론돼온 국민당의 마잉주(馬英九) 주석은 3월 12일 타이베이(臺北)시를 시작으로 주요 도시를 돌며 총통 탄핵을 위한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천 총통의 발표 하루 전에 이미 경고 메시지를 보냈던 중국은 28일 천 총통을 강하게 비난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 천 총통의 조치를 '위험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국가 지도자가 대만을 직접 언급하며 비난한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도 대만 담당 기구 명의로 발표한 성명에서 "천수이볜이 자기 발등을 자기가 찍은 셈"이라며 "법적 독립을 추진하면 양안 관계에 재난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대만의 행위를 두둔하고 있는 미국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 줄 것을 촉구했다. 중국 외교부의 류젠차오(劉建超) 대변인은 28일 정례 내외신 브리핑에서 미국을 향해 "대만 독립세력의 분열 활동에 반대한다는 확실한 입장을 밝혀 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류 대변인은 "미국의 분명한 태도 표명이 양안과 중.미 관계의 안정과 평화 유지에 유리하다"고 말해 미국의 소극적인 태도에 불만을 내비쳤다.

천 총통의 이번 조치는 대만에서조차 다수의 반대에 직면하고 있다고 현지 최대 신문인 중국시보가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28일 전했다. 조사 결과 천 총통의 이번 조치에 대해 응답자의 53%가 불만을 표시했으며, 만족한다는 응답은 24%에 그쳤다. 2004년 집권 이후 40%대의 지지율을 유지해온 천 총통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패한 뒤 지지도가 30% 아래로 추락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조치를 대만의 직접적인 독립선언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중국이 대만에 무력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 '반국가분열법'을 즉각 적용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중국 외교부의 류젠차오 대변인은 이번 경우가 반국가분열법 적용 사유에 해당하느냐는 외신기자들의 질문에 "외교부가 답변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며 직답을 피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헌법 개정을 통해 대만의 독립을 추진하려는 모험으로 인해 양안에 고도의 긴장을 조성하게 될 것"이라고 밝혀 양안 긴장 상황이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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