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얼굴 안 보이면 엄마에게 경고 전화, 양재동에 모인 AI 기술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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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집에 혼자 남겨진 갓난아이가 침대에서 혼자 뒤척인다. 몸을 뒤집으면서 베개에 얼굴이 묻혔다. 아이는 혼자 힘으로는 아직 몸을 뒤집지 못한다. 숨을 쉬기 어려워진 상황, 이때 집안 곳곳을 촬영하며 지켜보던 인공지능 카메라가 비상 상황을 포착한다. 아이의 이상 움직임을 잠시 바깥에 나간 엄마에게 알리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경고 알람을 전송한다.

서울 양재동에 인공지능 산업 육성 허브 #카이스트 교수진에게 교육받는 스타트업들 #총상금 20억 인공지능 아이디어 대회도

가상이지만 이런 끔찍한 상황에서 인공지능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아이의 얼굴이 인식되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했다는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으로 아이의 모습을 확인한 엄마는 서둘러 집에 돌아가 아이를 뒤집어 눕힌다. 불과 1년 후에 상용화될 인공지능 영상 인식 기술이다.

도로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위험 요소를 감지하는 인공지능 시스템.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사람과 자동차, 동물의 움직임 속도와 이상 징후를 판독해낸다. 홍지유 기자

도로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위험 요소를 감지하는 인공지능 시스템.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사람과 자동차, 동물의 움직임 속도와 이상 징후를 판독해낸다. 홍지유 기자

인공지능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사람의 표정과 움직임을 읽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도로 위의 차와 사람, 동물이 움직이는 속도와 이상 징후까지 판독할 수 있다. 어린이집에서 놀다 아이가 넘어지면 이를 부모에게 알려주고 고속도로 위에 야생 고라니가 뛰쳐나오면 인근 운전자에게 실시간으로 위험 경고를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사람의 얼굴 모양과 표정을 판독하는 인공지능 시스템. 감정과 나이를 읽을 수 있다. 홍지유 기자

사람의 얼굴 모양과 표정을 판독하는 인공지능 시스템. 감정과 나이를 읽을 수 있다. 홍지유 기자

이런 인공지능 기술이 서울 양재동에 모인다. 인공지능 산업 육성 센터인 ‘양재R&CD 혁신허브(이하 혁신허브)’가 5일 문을 열었다. 혁신허브는 인공지능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두루 갖춘 공간이다. 스타트업들은 이곳에서 월 20만원가량의 비용으로 사무실과 커뮤니티 시설을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내 카이스트 교수진들의 인공지능 관련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시는 양재동 일대를 인공지능 분야의 거점으로 만들 계획이다. 삼성·현대·LG 등 대기업 연구소와 280여 개 중소기업 부설 연구소가 밀집해있어서다. 2020년까지 인공지능 연구개발 분야의 전문가와 실무진 등 500명의 인력을 키워내는 게 목표다.

양재허브에 들어선 커뮤니티 공간. [사진 서울시]

양재허브에 들어선 커뮤니티 공간. [사진 서울시]

양재허브의 개방형 사무실. [사진 서울시]

양재허브의 개방형 사무실. [사진 서울시]

이곳에 입주한 12개의 스타트업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 카메라로 사람이나 동물의 이상 징후를 판독해 알려주는 ‘키센스’, 휴대용 특수 센서로 가전기기에 붙어잇는 박테리아를 검출하는 ‘더웨이브톡’, 창문 침입을 감지하는 홈 시큐리티 서비스 기업 ‘성광유니텍’ 등이 입주해있다.

인공지능에 기반해 PC 악성코드를 분석하는 ‘씨티아이랩’의 조홍연 대표는 “스타트업들에게 사무실을 내어주는 공간이 아니라 카이스트 교수와 같은 국내 최고 전문가들로부터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라며 “동종 업계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네트워킹을 할 수 있으며 산학 협력과 리크루팅, 직원 교육 위탁과 같은 콘텐트는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입주 기업을 내년까지 20곳으로 늘릴 방침이다.

이날 열린 혁신허브 개관식에서는 ‘서울혁신챌린지’가 열렸다. 대학·중소기업·예비창업자 등이 모여 아이디어를 겨루는 대회다. 서울시가 총 상금 20억원(우승상금 2억원)을 내건 대회에서 31개의 결선 진출팀이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들을 선보였다.

호흡과 맥박을 전자파로 측정해 운전자가 졸음에 빠지기 10분 전 미리 알람을 보내는 자동차, 반려견의 코를 찍은 사진을 사람의 지문처럼 인식해서 잃어버린 반려견을 찾아주는 시스템 등이다. 이런 아이디어를 반영한 시제품을 체험할 수도 있다.

전자파로 운전자의 맥박과 호흡을 측정해 졸음에 빠지기 10분 전 미리 경고 알람을 보내는 인공지능 자동차의 모습. 홍지유 기자

전자파로 운전자의 맥박과 호흡을 측정해 졸음에 빠지기 10분 전 미리 경고 알람을 보내는 인공지능 자동차의 모습. 홍지유 기자

실시간으로 운전자의 맥박과 호흡을 모니터링한다. 홍지유 기자

실시간으로 운전자의 맥박과 호흡을 모니터링한다. 홍지유 기자

송락경 혁신허브센터장은 “서울에는 이미 창업을 돕는 공간이 많이 있지만 인공지능에 특화된 센터가 설립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순히 물리적 공간을 제공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최고의 전문가들로부터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협업을 해서 실리콘밸리같은 거대한 ‘혁신허브’로 만들어 내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다”고 말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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