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정 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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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새 내각에 어떤 얼굴이 등장할지 궁금하다. 요즘 신문에 설왕설래하는 인사들은 하나같이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세상이 바뀌고 공기가 달라졌으면 국민들은 당연히 신선한 인물들을 기다린다.
오죽 답답하면 4천만인구 중 그렇게 사람이 드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사람이다 하고 아무개의 이름부터 대기는 어렵지만, 앞으로 우리가 풀어가야 할 문제가 무엇인가를 생각하면 얼굴이 떠오름직도 하다.
한나라 유향이 편찬한 중국의 훈계적 전설서 『설원』엔 이런 얘기가 있다. 장관 잘 할 사람을 여섯 부류로 나누었는데, 2천 년 전 얘기가 하나도 생소하지 않다.
첫째, 성신 급의 사람은 사물의 조짐이 나타나기 전에 홀로 국가존망의 위기를 꿰뚫어 보고 미리 막아준다. 둘째, 마음을 비우고 선을 행하여 도리에 정통하고 좋은 계획을 세워 미점은 권하고, 결점을 바로 잡아주는 자는 양신 급이다. 세 째, 부지런하기를 권하고 현자를 추천하며 훌륭한 인물의 행위를 들려주어 윗사람의 생각을 일깨워 주는 충신 급이 있다.
네 째의 지신 급은 사건의 핵심을 미리 알고 위험하면 일찍 방지하고 조정하여 재앙의 원인을 없애고, 도리어 그것이 복이 되게 하여 근심을 없앤다. 다섯 째, 정신은 법을 존중하고 현인을 추천하고 일을 처리하는데 깨끗하고 공짜를 사양하며 일상생활을 검약하게 하는 사람이다. 여섯째는 나라가 혼란할 때 아첨하지 않고 윗사람에게 직접 나서서 그 사실을 간하는 자는 직신이다.
이런 장관들을 육정이라고 했다. 우리의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육정은 고사하고 2, 3정도 보기 어려웠던 것 같다. 이제 우리는 국민화합이다, 민주화다, 경제발전과 사회안정 등 할 일이 태산같다. 육정이 아니라 그 몇 갑절의 인재가 있어도 숨이 찰 지경이다.
새 정부는 더도 말고 인재발굴에 낙제점은 받지 말아야 한다. 거기서 낙제하면 신망을 회복하는데 또 긴 시간과 노력이 있어야한다. 우리는 지금 그런 사람 찾기 연습을 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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