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에 따른 머리 좋아지는 한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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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기(氣)는 우리 인체에 분명히 존재한다. 기분(氣分)이란 말 그대로 기의 분포를 뜻한다. 기의 성질은 자연현상과 유사하다. 열 받으면 더워지고, 더워진 기는 위로 올라간다. 즉 흥분하거나 화를 내면 하체의 기가 상체로 몰려 분포상태가 좋지 않게 된다는 게 한의학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래서 이런 상태를 '기분이 나쁘다'고 하는 것이다. 잠실 소재 염한의원의 염종훈 원장은 "기분이 나빠지면 침착성을 잃게 돼 설령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공부를 잘하기 힘들어진다"고 말한다.

반대로 기가 식어도 문제다. 이때는 하체로 기가 몰리고, 상체에 기가 부족한 상태가 된다. 이 상태에서는 체력이 달려 축 처지면서 집중력이 떨어져 학습능력이 오르지 못하게 된다. '머리는 차게, 발은 따뜻하게 하라'는 옛말은 기의 순환을 원활하게 하라는 의미다. 기의 순환이 원활해지면 기의 분포, 즉 기분이 좋아진다. 기분이 좋아지면 머리가 맑아져 집중력이 높아지고 지구력이 배양된다.

요즘 사람들은 소음인.태음인.소양인.태양인 등 체질에 대한 관심이 높다. 체질이란 타고난 기의 속성과 분포를 뜻하는데 음(陰)은 차가운 기운을, 양(陽)은 더운 기운을 의미한다. 또한 소(少)는 젊고 왕성한 것을, 태(太)는 쇠하고 오래된 것을 나타낸다. 합쳐보면 소음인은 차가운 기운이 젊고 왕성한 사람을, 태음인은 차가운 기운이 쇠하고 오래된 사람이다. 소양인은 더운 기운이 젊고 왕성한 사람, 태양인은 더운 기운이 쇠하고 오래된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다. 순서대로 계절에 비유하면 겨울.봄.여름.가을이 된다. 결국 체질적으로 머리의 좋고 나쁨과 재능.적성은 달라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한방의 이론이다.

기의 원활한 순환은 침술로 돕지만, 최근에는 먹는 약제로도 기의 흐름을 조절한다. 맹자가 건망증 치료를 위해 복용했다는 총명탕(聰明湯)이 그것이다. 총명탕은 머리가 좋아지는 한약의 대명사로 지금까지 전해오고 있다. 수험생들에게 인기가 높음은 불문가지다. 염 원장은 "총명탕도 체질에 따라 지어야한다. 체질을 무시한 채 복용하면 부작용 우려가 있으니 꼭 진맥을 받고 조제할 것"을 권했다. 또 "고2에서 고3이 올라가는 시기에 3개월 정도 복용하면 가장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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