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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황속 "재미"·"손해" 희비 쌍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지난1월 한달간 주식투자 수익률이 시세차익과 배당을 감안, 평균 20%이상 오른 가운데서도 「뇌동매매」를 했던 소액투자자중 일부는 오히려 손해를 봤던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잠실에 산다는 50대의 한 주부는 지난해 11월초 남편과 사별한 후 생긴 돈 1천만원을 가지고 1만4천원대 지방은 행주를 7백주 사들였다가 대통령선거전이 막바지에 이르러 온갖 루머들이 나돌자 선거 이틀전인 지난해 12월14일 1백50여만원을 밑지고 처분했다는 것.
현재 이 지방은행들의 주가는 2만4천∼2만5천원대다.
당시 「큰손」으로 일컬어지는 꾼들은 오히려 선거 3∼4일전에 주가가 밑바닥을 쳤을 때 돈을 풀어 적극적인 매입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지난2일 전장주가가 꼭대기(종합주가지수 6백66·16)를 쳤을 때 뒤늦게 뛰어든 사람들도 현재로서는 다소간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퇴직금을 담보로 직장에서 1천2백만원을 빌어 증권희사에 예탁시켰던 Y씨(41)는 지난1월에만 43·64%라는 엄청난 오름세를 보였던 은행주에 줄곧 관심을 가졌으나 워낙 물건 잡기가 힘들어 2일 상오에야 겨우 2만4천원대의 지방은행주를 사는데 일단 성공.
그러나 그때는 증시과열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높아지면서 규제설이 나돌고 25개 증권회사 사장단이 자율규제 대책을 모색하기 위해 긴급모임을 갖는다는 소문이 돌고있는 중이었다.
현재 H씨는 사흘만에 60여만원의 원금을 까먹었다.
노총각인 J씨도 결혼을 위해 입사 후 2년간 모아놓은 4백만원을 갖고 지난 2일 고려합섬 등 3종목을 샀으나 하룻새 20여만원이 깨지는 경험을 맛보았다.
당시 규제설을 미리 입수하고 있었던 노련한 「큰손」과 기관투자가들은 2일 전장에 상한가로 팔아치우고 일단 뒷전에서 지켜보고 있다는게 증권관계자의 실명.
○…전국에서 농어민·근로자·주부 등 온갖 계층이 마치 주식을 사기만 하면 무조건 돈을 벌수 있기나 할 것처럼 증시로 몰려들고 있다.
주식을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고객예탁금이 1조6천억원, 하루 거래대금이 2천5백억원대를 오르내리는 가운데 가장 큰 재미를 확실히 누리는 곳은 바로 전국 25개 증권회사들.
지점망이나 자본금 규모에서 비교적걱 앞서는 대우·동서·대신·럭키·한신·쌍룡 등 6개 증권사가 최근 벌어들이는 하루 거래수수료는 모두 20억원선이고 전국에 가장 많은 지점망을 갖고 있는 대우증권은 하루 수수료만 7억원 정도라는 것.
나머지 19개사가 15억원 정도의 수수료를 쪼개 가진다.
여기에 수시로 변동하기는 하지만 고객예탁금을 금융기관끼리의 콜거래 등으로 활용, 연4∼5%정도의 수익을 올림과 함께 증권회사 자신이 주식을 매매, 높은 시세차익을 보기도 한다. 지난해말 현재 25개 회사가 가진 상품주식보유액은 4천억원선.
D증권 J지점의 경우 88년도 거래약정고를 3천억원으로 잡았으나 새해들어 증시열풍이 워낙 세게 부는 바람에 1월 한달에만 1천억원을 돌파, 올해 목표를 다시 상향조정키로 했다.
증권사들은 고객들의 주식을 매매해주는 댓가로 사고 팔때 각각 평균 0·75%씩의 매매수수료를 떼는데 하루거래량이 2천5백억원어치라면 수수료는 37억5천만원에 이르는 셈.
올들어 투자자들이 단기차익을 노리는 단타위주의 전법으로 나가는데는 투자자 자신의 문제도 있지만 수수료수입의 극대화를 노린 증권사의 창구지도에도 한 원인이 있지 않을까 여겨진다.
○…지난 1주일간 증시는 한마디로 예측불허의 판세로 일관했다.
같은 날에 같은 종목도 전장상한가, 후장하한가, 또는 그 역의 현상이 비일비재했고 단 하룻새(2일 전장과 3일 전장)종합주가지수가 40포인트나 떨어지는 극도의 혼란장세가 계속됐다. 사는 쪽이나 파는 쪽이나, 이에 책임을 져야하는 증권당국이나 조바심속에서 한주일을 보내야만 했다. <박태욱·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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