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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 28㎏ 불치병 여성이 치과에서 치아 뽑다 숨진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남대학교치과병원 광주ㆍ전남 권역장애인구강진료센터. [사진 전남대병원 치과병원 홈페이지]

전남대학교치과병원 광주ㆍ전남 권역장애인구강진료센터. [사진 전남대병원 치과병원 홈페이지]

불치병을 앓아 왜소한 체격을 가진 30대 여성이 치과에서 이를 뽑던 중 쇼크 증세를 보인 뒤 숨졌다.

29일 전남대학교 치과병원 운영 구강센터 쇼크 후 사망 #근육과 심장 수축되는 근이영양증 환자로 키 150㎝ 왜소 #유족 "사망 경위 가려달라" 병원 측은 "치료 에러 없었다"

30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9일 오후 4시10분쯤 광주광역시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치과병원 광주·전남권역 장애인구강진료센터에서 환자 A씨(34ㆍ여)가 쇼크 증세에 빠졌다.

경찰에 따르면 의료진은 이를 뽑던 중 갑자기 숨을 쉬지 않고 의식이 없어진 A씨를 상대로 응급처치를 한 뒤 119에 신고했다.A씨는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이날 오후 6시쯤 결국 숨졌다.

치과. [중앙포토]

치과. [중앙포토]

A씨는 선천적으로 근육과 심장이 수축되는 불치병인 근이영양증 환자다. 이 병으로 건강 상태가 나빠져 키 150㎝, 몸무게 28㎏ 안팎에 불과하다.

치아 여러 개가 빠진 데다가 치통까지 느끼며 음식물을 먹는 데 어려움을 느낀 A씨는 오른쪽 아래 어금니 주변 치아의 뿌리를 뽑기 위해 치과병원을 찾았다.

A씨는 의료진이 치아 뿌리를 뽑는 치료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쇼크 상태에 빠졌다. A씨는 건강이 좋지 않아 남은 치아가 10개 안팎 뿐이었다.

이후 응급실에 옮겨지고도 숨지자 보호자인 외삼촌 김모(66)씨가 ”사망 경위를 가려달라“며 경찰에 신고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한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이를 뽑던 환자가 사망한 사례는 보지 못한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치과(기사 특정 내용과 무관함) [중앙포토]

치과(기사 특정 내용과 무관함) [중앙포토]

근이영양증 환자인 A씨는 걷는 데도 어려움을 겪어 휠체어 생활을 해왔다고 한다. 같은 병을 앓던 어머니와 언니도 각각 2년여 전과 2개월여 전에 숨졌다. 아버지는 20여 년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경찰은 A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가리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은 ‘(불치병으로) 신체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A씨가 지병의 영향을 받아 사망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사망 원인을 알고 싶다'고 부검을 희망했다”며 “부검 결과를 토대로 사인을 밝힐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전남대학교 치과병원 측은 "자세한 경위는 파악 중"이라면서도 "이를 뽑던 중 갑자기 환자의 얼굴이 시퍼래져 응급처치를 한 뒤 곧장 119에 신고했다. (치료 과정에) 에러(과실)는 없었다"고 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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