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D-1],기준금리 인상, 북한 리스크에 또 발목 잡힐까...“북한 도발에도 한은 금리 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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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9일 새벽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으로 추정되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사진은 지난 7월 4일 북한 조선중앙TV가 ICBM '화성-14'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공개한 발사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29일 새벽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으로 추정되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사진은 지난 7월 4일 북한 조선중앙TV가 ICBM '화성-14'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공개한 발사 모습. [연합뉴스]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를 하루 앞둔 29일 북한 리스크가 다시 변수로 떠올랐다. 이날 새벽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북한 리스크가 금리 인상의 발목을 잡을 것인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주열 총재, 6월 긴축 깜빡이 켰지만 #7~8월 북핵 위험 커지며 동결로 선회 #29일 북한 미사일 발사 영향에 대해선 #시장 전문가 “대세 바뀌지는 않을 것” #인상 반대 소수 의견 가능성 커지면서 #긴축 전환 속도와 폭을 좌우할 변수로 #

 지난 6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 인상을 시사하며 ‘긴축 깜빡이’를 켰지만 7~8월 북핵 위험이 고조되며 동결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당시 북한 리스크가 부각되지 않았다면 8월이나 10월에 금리 인상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등장하고 이 총재가 “국내 경기가 금융완화의 정도를 조정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히며 시장은 금리 인상을 기정 사실화했다. 28일 3년 만기 국채금리는 2.119%에 거래를 마쳤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시장 참가자를 대상으로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2%가 이번 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본지가 26일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경제연구소 연구원 등 1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응답자 10명 중 9명이 금리 인상에 손을 들었다. 시장 금리도 기준금리 인상을 이미 반영한 상태다. 관심사는 향후 인상의 폭과 속도였다.

 하지만 한동안 잠잠하던 북한 변수가 부각되며 시장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시장의 전반적인 반응은 일단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8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2%에서 0.6%포인트 상향 조정하는 등 경기 개선세가 뚜렷한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다음 달 금리 인상을 강력히 시사하는 등 주변 여건이 한은이 긴축으로 돌아서는 데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30일로 예정된 가운데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영향을 줄 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통위 모습. [연합뉴스]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30일로 예정된 가운데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영향을 줄 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통위 모습. [연합뉴스]

 북한의 도발로 한은 입장에서 금리 인상의 부담 요인 중 하나였던 원화 강세 기조가 다소 누그러질 반사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금리 인상의 기조를 뒤바꿀 만큼 충격이 크지는 않다는 것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북한 리스크라는 새로운 변수가 부담 요인인 것은 맞지만 이미 금리 인상의 공감대가 시장에 형성된 만큼 이를 뒤집을 것 같지는 않다”며 “기준금리 인상 이후 외환시장의 변동이나 외국인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변수가 이후 금리 인상의 속도를 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설명이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번 금통위에서 동결 결정을 한다면 통화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시장과의 소통이 안 될 수도 있다”며 “금융시장이 동요하지 않는 만큼 일단 이번에 금리를 올린 뒤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시장의 예상대로 금리 인상을 결정하더라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통화 정책의 속도를 좌우하는 브레이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이어졌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금리 인상이라는 기본 방향을 바꿀 만큼은 아니지만 만장일치에서 소수의견 등장으로 바뀌거나, 소수의견을 피력하는 위원 수가 늘어나는 데는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이는 향후 금리 인상의 폭과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도 금융 시장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국내 금융시장과 신용등급에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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