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학생들 고대·성대·이대 보낸 ‘통일 길라잡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먼저 온 통일’인 탈북민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기회를 제공해야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기약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배움의 기회를 놓친 탈북민에 대한 교육은 통일의 씨앗을 뿌리는 일이기도 합니다.” 경기도 의정부시 장암동에 있는 탈북민 청소년 대안학교인 ‘한꿈학교’ 김두연(59·사진) 교장의 말이다.

김두연 한꿈학교 교장 #NGO 봉사 활동 중 딱한 사정 눈떠 #“언어 안 통하는 중국 출생 자녀 많아” #13∼32세 36명 중·고교 과정 교육 #“지하 좁은 공간서 공부 마음 아파”

24년간 서울 지역 고교에서 국어교사를 했던 김 교장은 2013년 2월 명예퇴직한 뒤 2015년 1월부터 한꿈학교 교장을 맡고 있다. 그가 요즘 각별히 관심을 갖는 학생은 중국에서 탈북민의 자녀로 태어나 어려운 환경에서 지내다 국내로 들어온 중국 출신 탈북민 자녀들이다.

경기도 의정부시 장암동 한꿈학교에서 과학수업을 받고 있는 중국 출신 탈북 청소년들. [사진 한꿈학교]

경기도 의정부시 장암동 한꿈학교에서 과학수업을 받고 있는 중국 출신 탈북 청소년들. [사진 한꿈학교]

“이 학생들의 경우 일반 중·고교로 갈 경우 언어가 통하지 않아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따라가지 못하는 데다 이로 인해 학업에 뒤처지고 좌절하는 사례가 생각보다 많은 실정입니다.” 그래서 그는 14명의 중국 출신 학생을 상대로 중국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구사하는 교사 5명을 통해 영어·수학 등 교과목을 가르치며, 동시에 한국어도 익히도록 하고 있다. 수업은 학생들 수준에 맞추는 눈높이식 교육을 한다. 이런 방법으로 중·고교 6년 과정을 1년6개월에서 3년 만에 마친다.

김 교장은 2014년 6월부터 아프리카 식수 개발 전문 비정부기구인 팀앤팀 산하에 국제개발협력연구소를 설립해 초·중·고교생과 교사를 상대로 세계시민교육 자원봉사 활동을 하던 중 정규 교육 과정에서 소외된 탈북 청소년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게된 후 탈북 청소년 교육에 나섰다.

김두연 한꿈학교 교장

김두연 한꿈학교 교장

김우식 전 연세대 총장이 한꿈재단을 설립해 만든 탈북민 대안학교인 한꿈학교는 현재 4개 반으로 이뤄져 있다. “학생들은 서울 미아동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 진학을 준비 중입니다. 모든 교육비와 생활비는 무료이며, 학교에서 하루 세끼 식사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교장을 포함한 7명의 교사와 전임강사 12명, 시간강사 16명, 자원봉사 교사 4명 등 39명의 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곳은 기존 탈북민 대안학교가 대체로 교육 대상자를 12세부터 24세까지로 나이를 제한해 운영 중인 것과 달리, 나이를 불문하고 공부를 희망하는 모든 탈북민에게 입학을 허용하고 있다. 현재 13~32세 탈북민 학생 36명이 다니고 있다.

한꿈학교는 대학 진학도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2016년엔 8명 졸업생이 전원 수도권 대학에 진학했다. 고려대 2명, 성균관대 1명, 이화여대 1명, 국민대 2명, 신한대 1명, 서울여대 1명, 홍익대 1명 등이다. 한꿈학교는 학력 미인가 대안학교라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진학한다.

한꿈학교는 현재 통일부와 의정부시 등 몇몇 국가기관에서 일부 지원을 받고, 기독교 단체와 시민 등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장소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상가 내 지하공간을 받아 사용 중이다. 그는 “지하의 협소한 공간에서 학생들이 공부해 마음이 아프다. 지자체나 공공기관 소유의 지상 유휴공간으로 학교를 옮기면 수업환경도 좋아질 것이고 ‘학력 인가’도 가능해질 것”이라며 “기업체 및 공공기관 등에서 좀 더 관심이라도 가져주면 탈북민 청소년들이 생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정부=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