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오히려 후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부천=연합】대법원에서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문귀동씨(41)는 『그동안 죄인 취급하는 주위의 눈길이 따가와 괴로 왔는데 재판을 받게돼 차라리 후련하다』고 말했다.
-대법원에서 변호인단의 재정신청을 받아들였는데 현재의 심경은.
▲그동안 마치 죄인인 것처럼 보는 주변의 눈길이 괴로 왔는데 재판을 받게된다니 차라리 후련하다. 다만 내게 뉴스의 초점이 집중돼 부모님과 처·자식들이 괴로워 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아직도 옛날 집에 그대로 살고 있는데 이사할 생각은 없었나.
▲친지들이 이사를 종용했으나 나 자신이 죄 짓지 않고 떳떳하기 때문에 이사하지 않았다.
-구두공장을 지금도 하고 있는가.
▲지난해 2월 어머니의 도움과 살고 있는 29평 짜리 아파트를 담보로 융자받아 9천여만원을 들여 구두공장(보광상사)을 경영했으나 경험 미숙과 7월 장마로 공장이 침수돼 작년 7월 폐업했다.
-지금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가.
▲86년7월 파면 당한 후 퇴직금을 한푼도 못 받고 10여년간 월급에서 공제한 적금과 보험금 등 4백여만원을 받았으나 지난해 2월 구두공장을 시작할 때 함께 투자해 지금은 서울에서 세탁소를 경영하는 어머니와 형이 한 달에 한번씩 가져다주는 생활비로 생활하고 있다. 먼 친척형이 경영하는S주택(부천시 심곡2동) 사무실에 나가 소일하고 있다.
-자가용을 굴리고 있다는데.
▲구두공장을 시작하면서5년 할부로 르망승용차를 구입했으나 공장이 잘 안 돼 4개월 동안 할부금을 못내는 바람에 먼 친척형인 S건설대표 김모씨에게 넘겨줬다.
그러나 문씨가 친척에게 넘겨줬다는 승용차는 29일 밤에도 문씨집(부천시 연염동 부천아파트 2동502호)앞에 주차해있었다.
문씨는 6년 전부터 부인(32)과 자녀 1남1녀 등 4명이 함께 이 집에서 살아왔으나 가족들은 법원의 재정신청 결정소식이 전해진 29일 저녁부터 문을 안으로 굳게 잠근 채 외부와의 접촉을 일체 피하고있다.
이웃주민들에 따르면 문씨는 파면 후 20여일 동안 집수리를 해 처음엔 이사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줄 알았으나 부인이 아파트 뒤편 교회에 충실히 나가면서 반상회에도 빠진 적이 없었다는 것.
그러나 최근 부천서 성고문 사건이 재론되면서 부부가 몹시 불안해하는 표정이었고 외출도 뜸해졌다.
문씨는 구두공장을 그만둔 후 복덕방·주차장등을 전전하며 친구들과 틈틈이 화투놀이를 하기도 했으나 아파트주민들과는 접촉을 피해왔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또 지난해 대통령선거 때는 특정 정당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주변사람들에게 서슴지 않았으며 선거 후 외출이 잦았으나 뚜렷한 사업은 시작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 법원의 재정신청 결정소식이 알려지자 문씨가 재직했던 부천경찰서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애초에 제대로 처리되었으면 경찰에 대한 여론이 이렇게 나빠지지는 않았을 것』 이라며 못내 아쉬운 표정들이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